울고 있는 풍경 / 김일연
콘크리트 쇠붙이 벽돌 타일 유리에
바보야, 이 바보야, 눈보라는 때리고
바보야, 이 바보야……하며 눈시울이 젖는 골목.
콘크리트 쇠붙이 벽돌 타일 유리에
춥지…… 춥지 하며 눈송이는 덮이고
아프지, 아프지 하며 온몸이 우는 도회.
ㄱ형, 누가 시조를 어렵고 고답적이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쉽게 재미있게 읽혀지면서도 우리 현대인의 삶의 한 단면을 예리하게 조명하는 이 작품을 보면 그 선입견이 얼마나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콘크리트 쇠붙이로 상징되는 현대인의 삶은 나와 밖의 세상과 단절되어 있는 삭막한 삶입니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그래서 바보야 이 바보야 하면서 피가 통하는 인간적인 삶을 깨우치듯 눈보라가 저렇게 휘몰아치고, 그런 삭막한 현대인의 삶을 춥지 춥지, 아프지 아프지 하며 어머니 가슴 같은 눈송이로 다독이듯 덮어주는 건지 모릅니다.
ㄱ형, 문학의 위기가 거론되고 인간보다는 황금만능사상과 벼슬이 우선하는 이 시대가 겨울처럼 무겁습니다. 그래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은 말없음표에 담긴 안타까움과 자책, 연민 등으로 눈시울이 젖는 골목과 온몸으로 우는 도회가 있는 한 내일은 풋풋한 인간미가 넘치는 따뜻한 세상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인가 봅니다. 추창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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