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 이해완
대낮 칠흑 속을 익명의 한 사내가
천상의 계단을 뚜벅뚜벅 걸어 내려와
시퍼런 조선 낫으로 어둠을 베고 있다
단칼에 한 다발씩 그렇게 쳐나가며
지치면 한 됫박의 소나가도 끼얹어가며
때로는 우르르 꽝꽝 기합도 좀 넣어가며
한동안 열심이던 그도 지쳐 스러지고
마알간 밤하늘에 별들만 눈을 뜬 채
지나간 슬픈 얘기를 귀엣말로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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