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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있는 것들/자연

[스크랩] 우리나라 개구리 총 출동!! / 자연과 생태

by 광적 2008. 8. 31.
우리나라 개구리 총 출동!!
 
경칩, 우리나라 개구리를 만나요


우리나라에는 18종의 물뭍동물(양서류)이 살고 있다. 그 중 도롱뇽 5종을 제외한 13종이 개구리다. 종수로 볼 때 많지 않은 무리지만 우리는 그들의 존재와 생활을 잘 알지 못한다. 물과 뭍을 오가며 우리 생활환경의 지표가 되고 있는 개구리들. 모든 생물이 기지개를 켜는 봄에 개구리들을 만나러 떠나 보자.

 

 

 

 


순서

■ 과별로 살펴보는 개구리

■ 고향을 찾아오는 두꺼비 무리

■ 산지성 개구리 산개구리 무리

■ 개구리를 만날 수 있는 곳

■ 인식의 반영 사람과 개구리

■ 개구리 보호 현황

■ 가족과 즐기는 개구리 탐사여행

 

 

 


과별로 살펴보는 개구리


사람들은 개구리들이 거의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한다. 두꺼비와 맹꽁이를 빼면 모두 이름 뒤에 ‘개구리’가 붙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다보니 이들이 각각 다른 과에 딸린 종류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개구리 무리에 5개 과가 있고, 그에 딸린 13종의 개구리들이 살고 있다.


개구리과(Ranidae) 우리나라 7종 | 세계 797종

개구리과 개구리속(Rana)에 참개구리, 금개구리, 한국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옴개구리, 황소개구리가 있다. 개구리과는 전 세계 개구리 무리 중 가장 넓게 퍼져 산다. 근육질의 긴 다리, 물갈퀴가 있는 뒷발, 유선형 몸은 멀리 뛰거나 헤엄치기에 알맞다. 살갗은 매끄럽고 거의 갈색이나 풀빛을 띤다. 우리나라에 사는 종들은 물가에 살지만 다른 나라에는 나무 위에서 사는 종도 있다. 이 종들은 뒷발가락에 흡반이 있어 나무를 쉽게 오를 수 있다. 2~3종은 강어귀나 따뜻한 유황천 속에서도 살며, 쟁기발개구리과(Pelobatidae)처럼 뭍에 적응해 구멍을 파는 종도 있다. 북방산개구리나 참개구리는 공처럼 생긴 알 덩이를 낳는다. 그 반면에 옴개구리는 좀 풀어진 듯한 알 덩이를 낳는다. 이는 끈적임(점성)의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개구리과는 올챙이 때를 지나서도 물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편이다.

참개구리                                                        참개구리 올챙이

 


청개구리과(Hylidae) 우리나라 2종 | 세계 833종

청개구리과 청개구리속(Hyla)에는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가 있다. 이 과의 개구리는 땅에 사는 어떤 개구리보다 훨씬 납작하다. 따라서 몸무게가 고르게 분산되어 나뭇가지나 잎 위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발가락 끝에 있는 둥근 흡반과 배의 느슨한 살갗 때문에 미끄러운 면을 오를 수도 있다. 다른 나라에 사는 개구리 중에는 매우 넓은 물갈퀴를 펼쳐서 활공하는 종들도 있는데 이는 산청개구리과(Rhacophoridae)에 딸린 종류들로 청개구리과와 구분된다. 어린이 책에 많이 나오는 산청개구리도 이과에 딸린 종류로 일본에는 살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다. 청개구리들은 알을 몇 개씩 묶어서 여러 곳에 흩어 낳으며, 한 쌍이 낳는 알은 200~350개에 불과하다.

청개구리                                                        청개구리 올챙이

 


 

맹꽁이과(Microhylidae) 우리나라 1종 | 세계 449종

맹꽁이과 맹꽁이속(Kaloula)에 맹꽁이가 있다. 신구 양대륙 열대에 널리 퍼져 사는 맹꽁이과 동물들은 땅이나 나무 위에서 산다. 대개 크기가 작고, 다른 개구리들에 비해 머리가 상대적으로 작으며, 다리는 튼튼하고 짧아 구멍을 잘 판다. 나무 위에서 사는 것은 대개 뒷발가락에 흡반이 있다. 몸이 작고 대부분 숨어 지내기 때문에 한창 울고 있을 때조차 발견하기 어렵다. 맹꽁이는 큰 비가 올 때만 땅에 나타나며, 수컷의 울음소리가 커서 아주 먼 곳에서도 들을 수 있다. 알은 물 위에 둥둥 뜨며 한 쌍이 낳는 알의 개수는 1천500개를 넘는다. 어느 연구자에 따르면 3천 개가 넘는 알을 낳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맹꽁이                                                        맹꽁이 짝짓기

 


 

두꺼비과(Bufonidae) 우리나라 2종 | 세계 493종

두꺼비과 두꺼비속(Bufo)에는 두꺼비와 물두꺼비가 있다. 두꺼비과는 주로 땅에 살며, 대부분 구멍을 잘 판다. 종에 따라서는 구멍을 파지 않고 낮에 다른 짐승이 판 구멍 속에 숨어 지내는 것도 있다. 대부분 뜀뛰는 거리가 짧고, 몇몇 종은 종종걸음을 친다. 따라서 잘 도망치지 못하지만 머리 바로 뒤에 모여 있는 귀독샘이나 발에 있는 독샘에서 냄새를 뿜어 이런 약점을 보완한다.

두꺼비속 가운데 알 낳는 기간이 매우 짧은 종의 수컷들은 번식기간동안 자신의 가까이에서 움직이는 모든 물체에 달라붙는다. 또, 한 번 올라붙기를 하면 암컷을 단단히 잡고 놓지 않는다. 따라서 앞다리의 근육이 잘 발달해 있다. 대개 울음주머니가 없어 가냘픈 소리밖에 내지 못하지만 어떤 종의 두꺼비는 알 낳는 동안 커다란 소리로 울어댄다.

두꺼비와 물두꺼비의 알 덩이는 끈(염주) 모양인데, 물속의 풀줄기에 감는다. 몇몇 종은 물두꺼비처럼 몇 달씩 올라붙은 상태로 지내기도 있다. 암컷보다 수컷의 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암컷을 빨리 붙잡아 알 낳을 준비가 될 때까지 지켜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꺼비                                                        물두꺼비 짝짓기

 


 

무당개구리과(Bombinatoridae) 우리나라 1종 | 세계 8종

무당개구리과 무당개구리속(Bombina)에는 무당개구리가 있다. 본래 3개의 속을 묶어서 하나의 과로 보았으나, 요즘은 무당개구리속만 따로 떼어 하나의 과로 본다. 이들은 주로 유럽에 퍼져 산다. 서양 학자들이 우리나라 무당개구리에 주목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듯하다. 무당개구리는 크기가 작고 살갗에 돌기가 있으며 생김새는 꽤 납작하다. 배에 있는 붉은 무늬는 이 무당개구리가 먹어도 맛이 없으며 강한 독성이 있음을 천적에게 경고하는 것이다. 대부분 얕은 물에서만 볼 수 있다. 무당개구리는 알이 몇 개 들어 있는 작은 알 덩이를 여기저기에 낳는데, 참개구리나 청개구리와 비교할 때 알 한 개의 크기가 큰 편이다. 무당개구리 한 쌍이 낳는 알의 개수는 100개 안팎으로 다른 개구리들에 비해 적다. 울음소리는 가냘프다.

무당개구리 짝짓기                                                초록색을 띤 무당개구리

 

 


고향을 찾아오는 두꺼비 무리


두꺼비는 사람 사는 집과 마을에서도 잘 적응한다. 예전에는 벌레를 잡아먹어 집지킴이의 구실을 했지만 요즘은 도시화되고 알 낳을 만한 습지가 점점 사라져 두꺼비들을 주변에서 만나기 힘들어졌다. 시골에 사는 사람들 중에도 두꺼비를 황소개구리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2월 말에서 3월 초. 따뜻한 바람이 불고 봄비가 땅을 적시는 날 두꺼비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낮에는 낙엽 밑이나 얕은 구멍 속에서 꼼짝 않고 숨어 있다가 어두워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산에서 내려온다. 두꺼비 울음소리는 덩치에 걸맞지 않게 작으며, ‘삑삑, 삑삑’ 하는 소리를 낸다. 수컷 울음소리에 이끌려 암컷이 다가오면 수컷은 암컷 등에 올라탄다. 이렇게 한 쌍이 된 채 웅덩이 또는 연못, 늪을 향해 수 킬로미터나 되는 길도 이동한다. 이런 두꺼비들에게 찻길은 습지로 가는 길목의 큰 장애물이다. 길을 건너다가 차에 깔려 죽기도 하고, 통로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이렇듯 알 낳으러 가는 길은 재난의 길이다.

초저녁부터 밤늦게까지 여기저기에서 두꺼비 수백 마리가 정해진 습지로 몰려든다. 해마다 한 곳에서 모이기는 하지만 숫자는 일정치 않다. 암컷을 만나지 못한 수컷들은 며칠이고 ‘삑삑’거리며 울어대고, 알맞은 곳을 찾은 쌍은 하루 이틀 안에 알을 낳지만 그러지 못한 쌍은 몇날 며칠이고 알맞은 곳을 찾아 헤맨다. 알을 낳기 시작하면 몇 시간 안에 모두 낳는다. 이리저리 오락가락하면서 풀줄기 따위에 끈 모양의 알들을 감아놓는다. 알을 다 낳은 두꺼비들은 다시 산으로 돌아간다. 3월 중순은 두꺼비들이 알을 가장 많이 낳는 때지만 지방에 따라 알 낳는 시기가 더 이르거나 늦기도 하다.

 두꺼비

 물두꺼비 수컷                                                  두꺼비들은 암컷을 두고 서로 껴안으려고 한다.

죽은 암컷을 배 쪽에서 껴안은 수컷                 올라붙은 채로 알 낳을 곳을 찾는 두꺼비 한 쌍

 

알 낳는 장소는 비교적 넓지만 그 안에서도 알은 거의 한 쪽에 낳는다. 두꺼비와 한국산개구리는 같은 장소에서도 알 낳는 쪽이 서로 다르다. 한국산개구리들이 두꺼비 무리를 피해서 다른 쪽에 알을 낳거나 서로가 좋아하는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두꺼비 알은 끈 같은 우무에 싸여 있으며, 한 마리가 낳은 알끈을 이으면 수십m나 되고, 그 속에는 수천 개의 알이 들어 있다. 알 덩이는 물을 빨아들여 새끼손가락만한 굵기로 불어난다. 하지만 어렵게 낳은 알이 봄 가뭄으로 인해 말라버리기도 한다. 이 경우 규모는 작지만 깊은 웅덩이에 낳은 일부 알들만 살아남아 올챙이가 된다.

두꺼비를 비롯한 물뭍동물의 알은 변화하는 모습을 돋보기로도 살펴볼 수 있어서 생물 발생 연구에 기여한 바가 크다. 두꺼비 알은 나온 지 1주일쯤 되었을 때 알을 싸고 있던 막에서 빠져 나와 서로 엉겨 붙는다. 열흘쯤 지나면 겉아가미가 생기고 이후 여러 날이 지난 뒤 겉아가미가 없어지며, 가는 꼬리가 생겨 올챙이가 된다. 다른 종류의 올챙이들과 견줘볼 때 두꺼비 올챙이들은 뭍으로 오를 때까지 유독 떼 지어 몰려다니는 행동을 보인다. 올챙이는 주로 물풀을 먹지만 자랄수록 고기 덩어리도 잘 먹는다. 북방산개구리가 죽어가는 동족을 먹기도 하는 것과 달리 두꺼비들이 같은 종족을 먹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알려진 것처럼 두꺼비를 비롯한 모든 개구리의 올챙이는 뒷다리부터 나온다. 뒷다리가 나온 뒤 보름쯤 지나면 살갗을 뚫고 한 쪽 앞다리가 나오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쪽 앞다리가 나온다. 다리가 생기면 꼬리는 차차 사라지고, 생김새가 점점 두꺼비답게 변한다. 새끼 두꺼비는 처음에는 몸이 새까맣고, 두꺼비 새끼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크기가 작다. 새끼 두꺼비는 5월 말에서 6월 말 사이의 비오거나 궂은 날에 물 밖으로 떼 지어 나온다. 새끼 두꺼비들 중 몇몇은 몸이 말라서 죽기도 하고, 어미들이 그랬듯 차에 깔려 죽는 수가 많다. 하지만 크기가 작기 때문에 자취는 곧 사라진다.

 

두꺼비 알 덩이들                                             물가에 두꺼비 올챙이 떼가 모여 있다.

두꺼비 올챙이들이 공 모양으로 똘똘 뭉쳐 있다.        죽은 개구리를 먹고 있는 두꺼비 올챙이 떼

까맣고 작은 올챙이들이 두꺼비 올챙이들이고, 가운데의 좀 크고 갈색 빛이 도는 녀석은 북방산개구리 올챙이다.

 

두꺼비들은 자기가 살 영역을 결정하면 일정한 행동양식을 보인다. 이를테면 저녁 무렵에 특정한 곳에 나타났던 녀석이 다음날에도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곳에서 나타난다. 두꺼비들의 살갗은 우둘투둘하고, 몸에 독이 있어서 천적에게 쉽게 잡아먹히지는 않지만 능구렁이에게는 소용없다. 죽은 두꺼비는 개미들한테 먹히기도 한다.

 

처음 뭍에 오른 두꺼비는 이렇듯 작다.             물가에 버려진 모자를 뒤집자 많은 두꺼비들이

                                                                    있었다. 뭍으로 오를 무렵의 작은 두꺼비들은

                                                                    비가 올 때를 기다리며 이렇듯 그늘진 곳에 모여

                                                                    있고는 한다.

영양 상태에 따라서 크기 차이가 난다.          물가에 풀들이 우거져 있는 곳을 좋아한다.


 

산지성 개구리 산개구리 무리


우리나라에 사는 산개구리는 3종이다. 개구리 가운데 겨울에 사람들이 즐겨 잡아먹던 종류가 바로 북방산개구리와 계곡산개구리다. 그보다 작은 한국산개구리도 사는데, 이 종류는 그동안 아무르산개구리로 불리다가 최근 한국산개구리라는 이름으로 확정 분류되었다. 그냥 산개구리라고 했을 때는 북방산개구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므로, 북방산개구리를 중심으로 산개구리 무리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북방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한국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들은 주로 3월에 알을 낳지만 5월 초까지도 알을 낳는 경우있다. 남부지방 어느 곳에서는 1월에 북방산개구리들이 알을 낳았다고도 하지만, 북쪽 지방에서는 그보다 알 낳는 시기가 늦을 수밖에 없다. 5월은 참개구리들도 한 쪽에서 알을 낳는 때다. 참개구리와 북방산개구리의 알 덩이는 매우 닮아서 가려내려면 만져봐야 한다. 만졌을 때 좀더 탄력 있는 쪽이 북방산개구리 알 덩이다. 북방산개구리를 닮은 계곡산개구리도 3월 무렵에 알을 낳는데 북방산개구리는 개울 옆 웅덩이에 알을 낳고 알 덩이를 바닥에 붙이지 않는 반면에 계곡산개구리는 개울 바닥에 알을 붙여놓기 때문에 알 덩이로는 구별이 쉽다.

북방산개구리들이 낳은 알들 중 일부는 살아남지만 일부는 죽을 수밖에 없다. 나빠진 환경과 목숨을 위협하는 구조물들이 많아져서기도 하지만, 제법 조건이 좋은 곳에서도 알 덩이들이 말라죽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쩌면 말라죽는 것이 특별할 것 없이 자연스런 일일지도 모른다. 북방산개구리 올챙이들은 아주 먹성이 좋다. 식물성이든 죽은 동물이든 뭐든 있으면 닥치는 대로 달라붙어 먹어치운다. 또 먹이가 부족해지면 힘이 약한 동료들을 잡아먹기도 한다. 올챙이들은 깨어난 지 두세 달이 지난 6월 중순에서 7월에 다 자라서 뭍으로 오르며, 늦은 경우는 8월에 오르기도 한다.

계곡산개구리 알 덩이    

 북방산개구리 알 덩이                                    한국산개구리 알 덩이

 

북방산개구리는 아주 멀리 뛰며, 상당히 예민해서 조금만 다가가면 냉큼 달아나 버리고, 수직 벽이나 비탈진 곳도 잘 오른다. 북한이나 중국에서는 북방산개구리와 계곡산개구리를 ‘기름개구리’라고 부른다. 산개구리 무리 암컷의 수란관을 칼로 베어서 받아낸 기름을 먹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북방산개구리는 청개구리처럼 울음소리가 크지 않아서 옆에서 울어도 모를 때가 많으며 현재까지 계곡산개구리는 울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계곡산개구리(왼쪽), 북방산개구리(아래). 한국산개구리(오른쪽) 올챙이 초기

계곡산개구리 올챙이 초기 상태                    북방산개구리 올챙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들을 증식시켜 여기저기에 풀어놓았다고 언론을 통해 알린 바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이들을 풀어놓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자칫 엉뚱한 악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들 종류가 그렇게 보호받아야할 만큼 줄어들었다는 낌새도 없으며, 국토의 많은 부분이 산지여서 이들이 사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북방산개구리와 계곡산개구리를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계절의 별미라 하여 잡아먹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큰 돌을 들춰서 겨울잠을 자고 있는 개구리를 잡아먹는 것이 놀랍기도 하겠지만, 시골에서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다. 이처럼 예부터 많은 사람들이 북방산개구리를 잡아먹었는데도 봄이 되면 많은 수가 어김없이 나타나고는 했다. 이렇게 자생력이 좋은 북방산개구리를 분별없이 풀어놓으면 오히려 자연계에 불균형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또 두 해 전에 환경부는 북방산개구리를 허가내고 증식하도록 지침을 마련했다. 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기에 마구잡이로 잡아먹는 것을 방치하기 보다는 식용으로 증식해서 먹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만 증식방법을 모르는 것이 현실이어서 효과적인 지침이 될 수 없었다.

 

 막 개구리로 바뀐 한국산개구리                      막 개구리로 바뀐 북방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와 계곡산개구리에 비해 더욱 작고 배가 붉은 개구리가 있다. 바로 한국산개구리다. 등 쪽에 난 어설픈 줄무늬 두 개와 입가에 있는 새부리 같은 밝은 부분이 특징이다. 이들이 사는 곳은 비교적 낮은 지대로 논가나 웅덩이에서 자주 눈에 띈다. 몇 해 전까지는 아무르산개구리와 같은 종으로 여겼지만 아무르산개구리는 배가 붉지 않은 점 따위의 뚜렷한 차이들이 국립공원 관리공단 송재영(35) 박사의 논문을 통해 밝혀져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크기가 청개구리만큼 작은 이 종은 우리나라에만 사는 고유종이다. 한국산개구리도 다른 산개구리처럼 초봄에 알을 낳으며, 북방산개구리에 비해 알 덩이가 훨씬 작고, 자라는 속도도 빨라서 6월 초에 개구리가 되어 뭍에 오른다.


 

계곡산개구리와 북방산개구리의 비교


■ 둘 다 계곡에 살지만 계곡산개구리는 개울에 알을 낳고, 북방산개구리는 개울 주변 웅덩이나 논에 알을 낳는다.

■ 계곡산개구리는 경사가 비교적 가파르고 높은 산에 살며, 북방산개구리는 나지막한 산 또는 경사가 가파르지 않은 산에 더 많이 산다.

■ 북방산개구리가 계곡산개구리보다 더 크다.

■ 계곡산개구리 알 덩이는 바닥에 붙어 있고 크기가 작지만, 북방산개구리 알 덩이는 붙어있지 않고 크기가 크다.

■ 고막 지름이 눈 지름의 1/2, 또는 그보다 작으면 계곡산개구리이고, 고막지름이 눈보다 조금 더 크면 북방산개구리다.

■ 올챙이 초기 상태 때 계곡산개구리의 몸통이 북방산개구리에 비해 까맣다.

■ 뒷발을 펼쳤을 때 계곡산개구리가 북방산개구리에 비해 둥근 편이다.

■ 계곡산개구리는 가장 긴 발가락을 중심으로 양쪽 물갈퀴 막 부분이 넓고 거의 대칭인 데 비해, 북방산개구리는 좁고 비대칭이다.

■ 계곡산개구리 암컷은 덩치가 작고 배는 노르스름하거나 허옇지만, 북방산개구리 암컷의 배는 노르스름하고 가슴 쪽이 붉다.

■ 둘 다 양쪽 눈 뒤에서 뒷다리 쪽으로 길고 가는 줄이 두 개 있으며, 계곡산개구리는 이 줄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데 비해 북방산개구리는 뚜렷하다.

■ 계곡산개구리의 몸은 대개 잿빛 또는 연한 밤빛을 띠며, 북방산개구리는 붉은 밤빛 또는 검은 밤빛이다.


북방산개구리                         한국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개구리를 만날 수 있는 곳


물뭍동물들은 기본적으로 물과 뭍을 오가며 생활하지만 그래도 제각각 특별히 좋아하는 서식장소가 있다. 숲과 계곡, 들판과 냇물, 농경지나 마을 주변에서 어떤 물뭍동물들을 찾아볼 수 있는지 살펴보자. 종류별로 선호하는 서식지를 파악하는 것은 물뭍동물을 만나기 위한 첫걸음이다.


숲과 개울-북방산개구리, 도롱뇽, 계곡산개구리, 꼬리치레도롱뇽, 물두꺼비

3~4월에 숲과 개울을 찾아보자. 이곳에서는 계곡에 사는 종류들을 만날 수 있다. 낮은 곳에서는 북방산개구리와 도롱뇽을, 좀더 높고 깊은 계곡에서는 계곡산개구리와 꼬리치레도롱뇽, 물두꺼비를 볼 수 있다.

강원도 인제 아침가리골


강원도-무당개구리

무당개구리는 다른 곳에도 많이 살지만 특히 강원도에서 보기 쉽다. 이들은 4월이면 나타나기 시작해 4월 말부터는 올라붙은 쌍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논이며 수로, 밭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다. 강원도 이외의 지역에서는 주로 숲속의 계곡 근처에서 무당개구리를 볼 수 있다. 등 쪽의 몸 빛깔은 풀빛에서 갈색, 때로는 검은색까지 갖가지지만, 배 쪽은 모두 붉은 바탕에 검은 무늬가 있다.

강원도 춘천천시 서면 오월리


-참개구리, 청개구리

논가에서 참개구리와 청개구리를 찾아보자. 5~6월에 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고 알 덩이를 볼 수도 있다. 청개구리는 낮보다는 밤에 더 큰 소리로 울어대지만, 참개구리는 낮에도 밤 못지않게 울어댄다. 7월이면 이들의 올챙이를 볼 수 있고, 8월이면 올챙이 시기를 벗어난 어린 참개구리와 청개구리들이 논을 떠난다.

강원도 춘천시 서면 오월리의 계단식 논


마을과 언저리-두꺼비, 맹꽁이, 참개구리, 청개구리

마을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두꺼비, 맹꽁이, 참개구리, 청개구리가 많다. 도시에도 이들 가운데 한두 종류는 살고 있다. 두꺼비는 일정한 곳에 자리 잡으면 떠나지 않는다. 맹꽁이는 장마철 울음소리가 나느냐 나지 않느냐로 살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강원도 춘천시 서면 금산리


-청개구리, 참개구리, 두꺼비, 한국산개구리, 무당개구리

밭은 개구리들이 숨기 좋고, 먹이인 벌레들을 찾기에도 좋은 곳이다. 그래서 사냥하는 개구리들이 많다. 한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이곳을 찾아보자. 청개구리, 참개구리, 두꺼비, 한국산개구리, 무당개구리를 볼 수 있다. 어떤 밭에 어떤 종류들이 주로 나타나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경기도 고양시 행주동


강가-옴개구리

한여름 강가에서는 옴개구리를 볼 수 있다. 물론 개울가와 저수지에서도 옴개구리를 찾을 수 있다. 겨울에는 개울 속에서 겨울잠 자는 옴개구리를 만날 수 있다.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세월리(남한강)


늘 물이 고여 있는 습지-금개구리

서해안의 늘 물이 고여 있는 습지에 금개구리가 산다. 금개구리는 습지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는다. 특히 부들 따위의 물풀이 우거진 곳에서 여러 마리가 우는 것을 들을 수 있다. 5~8월에 보기 쉽다.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안터습지


비가 와서 생긴 웅덩이-맹꽁이

맹꽁이들이 흔히 알을 낳는 곳이다. 빠르면 5월에도 낳지만 대부분 장마철인 6~7월에 큰 소리로 울면서 모여 알을 낳는다. 다른 종류들도 비가 와서 생긴 웅덩이에 알을 낳지만 맹꽁이처럼 일부러 그런 곳을 찾는다고 보긴 어렵다.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우곡리


못, 저수지와 늪, 낚시터-두꺼비, 옴개구리, 황소개구리

두꺼비는 3월에 못이나 저수지에 모여 알을 낳는다. 개울물이 흐르다가 막힌 저수지에서 옴개구리 알 덩이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낚시터와 그 언저리에 알을 낳기도 한다. 황소개구리는 충청도와 그 아래 지방의 비교적 넓은 못과 저수지, 늪에서 늦은 봄부터 초가을 사이에 볼 수 있다.

경남 창녕소벌늪(우포)


웅덩이-한국산개구리

3월에 논과 그 언저리, 웅덩이에서 북방산개구리와 함께 한국산개구리를 볼 수 있다. 북방산개구리보다 덩치가 훨씬 작고 생김새도 다르다. 강원도에서는 찾기 어렵지만 경기도와 충청도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삼합리 웅덩이



인식의 반영 사람과 개구리


많은 신화와 설화, 그리고 종교 속에서 개구리에 관한 내용이 흔히 발견되는 것을 보면 인간의 인식 속에 개구리가 자리 잡은 지 꽤 오래된 듯하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개구리는 가깝고 친근한 존재다. 지금도 우리의 삶 곳곳에 개구리와 관련된 것들이 여전히 많다. 사람들은 개구리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을까? ‘개구리 왕눈이’를 보며 자란 어른들도, ‘개구리 중사 케로로’를 즐겨보는 아이들도 모두 궁금해 할 일이다.

 

 

 

 두꺼비

청개구리                                                            맹꽁이


우리나라 설화 속의 개구리

신화, 전설, 민담 등 오래 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어 온 설화 속에는 많은 자연물에 대한 인간의 인식과 상상력이 녹아 있다. 특히 설화의 소재로 동물들이 자주 등장하곤 하는데, 개구리 또한 이에 포함된다. 물과 뭍에서 동시에 살아갈 수 있고, 올챙이에서 개구리로 완전히 다르게 변하는 개구리는 사람들에게 친숙하면서 한편 신비로운 대상이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는 개구리와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어떤 이야기들이 있고, 그것이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지 알아보자.

우리나라에 전해오는 설화에는 호랑이, 토끼, 여우, 뱀 등 많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꼬리 없는 물뭍동물 중에서는 두꺼비가 가장 많이 등장하며, 두꺼비는 꾀가 있는 동물을 상징하는 여우나 토끼보다도 지략이 뛰어나고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동물로 비춰진다. 한편 개구리 무리와 관련된 설화는 주로 논농사가 발달한 지방에서 많이 전래되고 있다. 이는 개구리가 온난하고 물이 많은 곳에 많이 살며 사람들과의 접촉이 잦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개구리 설화의 유형은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의 유래와 관련한 유래담, 둘째는 지혜를 통해 난관을 해쳐가는 지략담, 어리석고 못남을 꼬집는 치우담, 힘이나 꾀로 서로 싸우는 경쟁담, 신비하고 이상한 이야기인 신이담 등이다.


*유형별로 살펴본 대표적인 설화

- 유래담 : 소처럼 커 보이려는 개구리, 개구리의 울음소리, 말 안 듣는 청개구리, 부지런해진 지렁이와 개구리, 두꺼비와 쥐의 싸움

- 지략담 : 두꺼비와 호랑이

- 치우담 : 경상도 개구리 전라도 개구리, 촌개구리의 서울나들이, 우물 안 개구리

- 경쟁담 : 두꺼비와 모기의 경주, 나이 많은 두꺼비, 술 못 먹는 두꺼비, 높은 곳에 올라본 두꺼비, 햇빛을 먼저 본 두꺼비, 떡을 차지한 두꺼비

- 신이담 : 개구리 신랑


먼저 부여와 고구려 건국신화 속의 금와왕 이야기를 살펴보자. 북부여 왕 해모수의 아들로 동부여를 건국한 해부루는 늙도록 아들이 없었다. 어느 날 아들을 얻기 위해 산천에 제사를 지내러 가는 길에 갑자기 부루왕이 타고 가던 말이 큰 돌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부루왕은 신하에게 그 돌을 들춰보게 했는데, 그곳에서 금빛 개구리 모양의 아이가 나왔다. 하늘이 자신에게 내린 아이라고 여긴 부루왕은 그를 데려다 키우고, 아이 이름은 금빛 개구리를 뜻하는 ‘금와(金蛙)’라고 지었다.

호랑이와 두꺼비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한 대사가 함정에 빠진 호랑이를 구해 줬는데, 목숨을 건진 호랑이가 오히려 대사를 잡아먹으려고 한다. 대사는 억울해 소나무와 소에게 차례로 판결을 맡겼으나 둘 다 호랑이 편을 든다. 세 번째로 대사는 두꺼비에게 묻는다. 두꺼비는 맨 처음부터 자초지종을 알아보자며 호랑이가 다시 함정에 들어가게 해서 대사를 구한다. 함정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호랑이는 두꺼비를 잡아먹으려 한다. 두꺼비는 자기만 먹지 말고 식구들을 모두 먹는 게 좋지 않겠냐고 꾄 후에 자기 집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호랑이는 분을 삼키지 못하고 바위를 들이받아 머리가 깨진다.

이외에 『삼국유사』에는 신라 선덕여왕이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고 적이 몰래 침입한 사실을 알아내어 섬멸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강감찬 장군과 관련한 설화 중에 개구리가 너무 시끄럽게 울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자 개구리를 신문하고 입을 봉함으로써 소란하던 개구리들의 울음을 그치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외국 설화 속의 개구리

다른 나라의 예를 살펴보자. 구약성서 출애굽기에서 하나님은 이집트에 다섯 가지 재앙을 내린다. 그 중 두 번째 재앙이 개구리에 관한 것이다(출8장 2절~15절). 나일 강에서 엄청나게 많은 개구리들이 뭍으로 나와 온 나라를 뒤덮었고, 개구리들이 죽어 썩으면서 악취가 진동한다. 또 요한계시록에서는 개구리를 더러운 존재로 보고 사탄의 모습에 빗대 표현했다. 그러나 기독교 문화에서 개구리가 늘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인 것은 아니다. 초기 기독교 문화에서는 개구리를 재생과 영적으로 깨어 있음을 상징하는 표상으로 삼기도 했다.

이집트 신화에는 헤켓(Heket 또는 Heqet)이라는 여신이 등장한다. 헤켓은 생명을 불어넣는 신으로 출산을 관장하며 특히 왕들의 탄생을 주관하는 신이다. 헤켓 여신을 모시는 여 사제들은 산파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신화 속에서 헤켓 여신의 모습은 개구리 또는 개구리 머리를 한 여인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와 비슷하게 그리스로마 문화에서 개구리는 다산과 사랑을 주관하는 아프로디테(비너스) 여신의 상징이었다. 이는 개구리가 많은 알을 낳는 것과 관련 있다.

한편 인도의 오래된 힌두교 경전 중 하나인 리그베다(Rig Veda)는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거대한 개구리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으며, 개구리를 대지의 모신(母神)을 모시는 사제에 비유한 개구리 찬가도 전해진다. 또 힌두 전통에서 개구리는 울음을 통해 겨울가뭄을 끝내고 봄비를 내리게 하는 신성한 존재다. 고대 중국 설화에서는 두꺼비가 속임수와 마법을 잘 부리는 동물로 묘사되었으며, 그 밖의 전설들에서도 영생의 비밀과 같은 세상의 비밀을 알고 있는 두꺼비가 등장한다. 일본에도 이와 유사한 두꺼비 신선(がま せんにん)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여기서도 두꺼비는 신비한 약초와 영생의 비밀을 알고 있는 존재로 등장한다.


개구리의 상징성

개구리는 많은 설화 속에 등장하며 다양한 상징성을 가진다. 여기에는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있다. 개구리는 많은 우화에서 어리석고 조롱거리의 대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출애굽기의 재앙이나 강감찬 장군의 설화에서도 개구리는 부정적인 존재다. 그러나 대체로 개구리는 행운을 가져다주고 가뭄에 단비를 내리게 하는 등 신성을 띤 긍정적인 존재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다.

동양 문화에서 두꺼비는 대체로 지혜롭고 신비한 능력이 있으며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의리 있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래서 두꺼비는 동양에서 행운을 상징하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집지킴 또는 재복신을 상징한다. 그러나 서양의 경우 마법과 주술에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대체로 부정적이다.

개구리를 소재로 하는 거의 모든 신화에서 개구리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 이는 개구리가 많은 알을 낳고, 또 특정 시기에 대규모로 출몰하는 것과 관련 있다. 또 개구리는 많은 신화에서 생명과 재생을 의미하며 또 동시에 죽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는 개구리가 올챙이에서 개구리로 변태하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개구리의 생태를 엿볼 수 있는 우리 속담

개구리에 대한 사람들의 전통적인 인식을 밝히는 데 있어 설화와 더불어 개구리를 소재로 한 속담을 빼놓을 수 없다. 개구리와 관련된 우리 속담 중에는 개구리의 생태를 엿볼 수 있는 것도 있다.


*개구리의 생태를 엿볼 수 있는 우리 속담

속담

개구리도 옴쳐야 뛴다.

=개구리가 주저앉는 것은 멀리 뛰자는 뜻이다.

개구리가 거저 쉽게 뛰는 것 같지만 몸을 일단 움츠려서 뛰기 위한 준비를 한다는 뜻으로, 능히 잘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필요한 준비는 갖추어야 함을 이르는 말.

개구리 대가리에 찬물 끼얹기

=개구리 낯짝에 물 붓기

개구리는 찬물에서 사는 동물이기 때문에 찬물을 끼얹혀서는 아무런 타격도 줄 수 없다는 뜻. 아무런 반응이나 보람이 없는 행동을 이르는 말.

개구리 밑구멍에 실뱀 따라다니듯

[북한어] 데리고 다니려고 하지 않아도 늘 졸졸 따라다는 것을 이르는 말.

가뭄철 웅덩이에 올챙이 몰리듯 한다.

협소한 장소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우글대는 것을 비유하는 말.

두꺼비 꽁지만하다.

 

아주 작아서 거의 없는 것 같음을 뜻하는 말.

= 쥐꼬리만하다, 노루꼬리만하다

두꺼비 파리 잡아먹듯

아무것이나 닥치는 대로 널름널름 받아먹음을 이르는 말.


우리 삶과 개구리

예부터 개구리는 약재로 즐겨 사용되었다. 『동의보감』에는 찬 성질인 개구리가 어린아이의 열창, 기창, 제상(탯줄의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병) 등을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외에도 개구리는 폐결핵 치료에 쓰였으며, 남성의 정력에 좋다고 여겨 강정제나 최음제 등으로 이용되었다. 또 개구리 피부에서 얻어낸 물질을 이용해 새로운 항생 물질을 개발하는 연구도 널리 진행 중이다. 개구리는 요리 재료로도 많이 쓰인다. 한때 우리나라 물속 생태계를 교란하는 주범으로 지목되었던 황소개구리도 알다시피 식용으로 양식하기 위해 도입된 종이다. 개구리는 단백질이 풍부하지만 지방이 적은 건강식품이다. 그러나 의약품이 발달하고 먹을거리가 풍부한 오늘날 굳이 야생의 개구리까지 잡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구리에 관한 오해 몇 가지를 짚어보자. 우선 개구리가 울면 비가 온다는 속설이다. 아직 정확한 원인을 밝히진 못했지만 개구리가 습도와 기압 변화에 반응한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온전히 그 이유만으로 개구리가 우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개구리는 물가에서만 살까? 아니다. 사실 개구리는 나무와 숲에서 사는 종이 더 많다. 심지어 물이 귀한 사막에 사는 개구리들도 있다. 남아프리카 해안사막에서 사는 한 맹꽁이 종류(Breviceps adspersus)는 올챙이 단계를 거치지 않고 알에서 바로 개구리로 부화한다. 이 녀석에겐 올챙이 시절의 기억이 없는 셈이다.



개구리 보호 현황


물과 뭍을 오가면 사는 동물로 양쪽 환경의 중요한 지표종 역할을 하는 개구리의 생태 파악 및 보호는 시대적인 요구다. 공공기관 차원의 ‘금개구리 증식 및 복원기술 개발’ 사업과 민간 차원의 보호 운동으로 시작된 청주 원흥이 방죽의 두꺼비 보호현황을 살펴본다.

 

 

금개구리 증식 및 복원기술 개발

 

금개구리

환경 변화에 민감한 개구리의 종수나 개체수는 세계적으로 감소 추세다. 그 중에서도 금개구리와 참개구리의 개체수 감소가 뚜렷하다. 환경부가 주관하는 차세대 핵심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인 ‘금개구리 증식 및 복원기술 개발’ 사업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지정 멸종위기종이자 감소 추세가 뚜렷한 금개구리의 생태를 파악하고 증식하는 의미도 크지만, 개구리 생태에 대한 연구가 미흡한 현실에서 개구리 생태 및 행동 연구에 대한 다각도의 검토가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반갑다. ‘금개구리 증식 및 복원기술 개발’ 사업은 2006년 4월 1일부터 3년간 진행된다. 책임연구원인 강원대학교 박대식(41) 교수를 중심으로 17명의 연구원이 참여하며, 기초생태조사, 질병관리, 유전자분석, 증식의 4개 분야로 나누어 진행 중이다.

기초생태조사팀은 금개구리 서식지의 환경분석 및 금개구리의 한살이를 관찰해 먹이 및 포식자와의 관계, 이동시기 및 경로, 암수비율과 밀도, 신체적 특징은 물론 알, 올챙이, 성체 각 시기의 생존율 등 금개구리의 생활 습성을 파악하는 과정이다. 지난 1년간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는 연령이 조금씩 다른 성체 4100여 마리를 특정지역에 풀어놓고 적응 실태와 적정 서식 밀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질병관리팀은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 외부기생충 등 금개구리의 생존에 영향을 주는 감염원과 질병을 조사한다. 금개구리는 물 온도가 낮은 곳에서 곰팡이성 질병을 일으키고 오히려 물 온도가 높은 곳에서 면역성이 활발해지는 특성을 지녔다고 한다. 감염원의 출현은 서식환경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금개구리가 질병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찾는 중요한 과정이다.

유전자분석팀은 자연에 서식하는 개체군과 복원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 및 안정성을 연구한다. 지난해 다섯 개체의 유전자를 분석했으며, 다른 개구리에 비해 이동성이 떨어지고 물 의존도가 높아 연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금개구리는 이동성이 적고 물을 잘 떠나지 않으려는 특성이 있어 군집별로 특정 지역에 격리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특정 지역의 환경 변화가 금개구리의 생존과 직결될 수 있다.

증식을 담당하는 팀은 각 분야의 연구 결과를 취합하고 적용해 증식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하며, 증식을 위한 표준 절차를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지형, 적정 온도, 적정 연령, 적정 밀도, 올챙이 및 성체 시기의 먹이 등 최적의 조건을 도출하고 적용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금개구리 증식 및 복원기술 개발 사업은 ‘복원’이라는 감당하기 버거운 명분보다 증식 및 복원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서 현실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복원에 앞서 대상의 생태 및 행동특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개구리의 생태를 파악하고 증식 및 복원에 대한 기술 확보와 표준 절차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공존을 위한 실험, 원흥이 두꺼비

 

원흥이 방죽(2003년)                                        원흥이 방죽(2006년)

  

‘원흥이 두꺼비 살리기 운동’은 공공기관 주도의 사업과 달리 범시민 차원에서 시작된 물뭍동물 및 서식지 보전 운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그 노력이 인간과 자연의 공존 가능성을 실험하는 무대가 되고 있어 결과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꺼비의 험난한 인생 여정과도 닮은 ‘원흥이 두꺼비 살리기’ 과정을 살펴보고 미래를 조명해 본다.

두꺼비는 자신이 태어난 곳을 다시 찾는 귀소본능이 있다. 숲에서 겨울을 난 두꺼비들은 겨울잠에서 깨어 본능적으로 산란 장소로 향한다. 그곳에서 짝을 만나 알을 낳고 그 알에서 깨어난 어린 두꺼비들은 다시 숲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숲과 산란 장소를 오가며 그들은 생명의 연속성을 갖는다.

충북 청주시 원흥이 방죽은 두꺼비들의 산란터이고, 인접한 구룡산은 월동지이자 주요 생활 장소다. 하지만 2003년 토지보상이 마무리되면서 2004년 본격적으로 착수한 ‘청주 산남 3지구 택지개발 사업’으로 33만여 평에 이르는 두꺼비 서식지가 아파트 단지 등으로 변하고, 산란터와 생활 장소는 단절 위기를 맞는다. 청주의 한 시민단체인 생태교육연구소 ‘터’는 아이들과 자연학교를 진행하며 ‘두꺼비를 살려 주세요’ 라는 작은 외침을 던진다. 곧 사람들의 관심과 발길이 늘며 원흥이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원흥이 두꺼비 살리기’는 청주 시민들의 함성이 된다.

당시 원흥이대책위원회는 택지개발 사업계획이 수립(2002년 9월 토지이용계획변경)되었으나 아직 승인(2003년 12월)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토지공사에 충분한 생태조사와 보전대책 마련을 요구했고, 2003년 12월 한국토지공사는 생태이동통로 조성을 골자로 한 두꺼비보전대책을 발표한 뒤 착공을 강행한다. 그러나 원흥이대책위원회는 한국토지공사의 대책이 실효성 없다고 판단했고, 공사 저지와 강행의 갈등이 시작된다. 이후 원흥이대책위원회는 지역인사와 43개 시민단체와 150여 명의 전문가가가 참여하는 원흥이생명평화회의로 확대되고 공사 강행에 대항해 농성, 탄원, 시민 참여 촉구 등 강경 대응과 여론 확산으로 맞선다. 갈등이 고조되던 2004년 11월 23일 결국 한국토지공사와 원흥이생명평화회의는 그간의 갈등을 마무리하며 원흥이방죽의 원형 유지를 기본으로 한 생태공원 조성에 대한 합의안을 마련한다. 인간과 두꺼비의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실험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11개 항목의 합의안에 따라 한국토지공사와 원흥이생명평화회의는 생태공원, 생태통로, 대체습지 등 두꺼비 서식지 보전을 위한 세부계획을 협의 하에 진행하고, 두꺼비 서식 현황을 꾸준히 살피며 2년이 지난다.

생태공원 완공을 앞 둔 올해, 그 실험은 또 다른 국면을 맞는다. 이미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었고 올 상반기에 모든 입주가 끝난다. 아파트 단지에 갇힌 원흥이 방죽이 두꺼비들의 산란터로 제 역할을 다할지, 서식지인 구룡산과 연결된 이동통로가 제 역할을 다할지도 미지수다. 급속히 부영양화가 이뤄지는 방죽의 물순환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아파트 입주자들의 관심과 참여도 유도해야 한다. 주민들이 많아진 만큼 구룡산의 환경 변화도 두꺼비들의 생존에 큰 여향을 미칠 것이다. 상생의 길을 찾는 노력이 결실을 맺도록 지속적이고 현명한 관리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두꺼비 생태공원 조성은 우리나라에 처음 있는 일이라 하나하나의 과정이 모두 새로운 시도일 수밖에 없고 그러므로 시행착오도 많았다. 말 그대로 두꺼비와 인간의 상생을 위한 실험이다.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두꺼비 생태공원은 생태 보전과 개발이라는 피할 수 없는 갈등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는 상징성이 크다. 그 과정과 결과가 이후 미칠 영향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클 수도 있다.

현재 원흥이생명평화회의는 ‘구룡산땅한평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두꺼비의 주 서식처인 구룡산은 80%가 사유지라서 개발에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조금씩 사유지를 매입해 두꺼비의 안전한 서식처로 보전하자는 운동이다. 미래의 원흥이 방죽을 섣불리 예측할 수 없지만 이와 같은 청주시민들의 노력과 의지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게 된다.

 

두꺼비


 

물뭍 환경의 지표, 개구리

개구리는 물과 뭍을 오가며 생활하는 습성 때문에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강원대학교 박대식 교수는 “개구리의 감소 속도가 다른 분류군에 비해 5배 정도 빠르다”며 서식 조건이 두 가지인 만큼 리스크도 두 배라고 말한다. 물과 뭍에서 동시에 생활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서식지 선태 폭이 넓어 생존에 이로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개구리 대부분이 사람들의 생활권과 가까운 논, 연못, 습지 등에서 살기 때문에 그들의 존재 여부가 우리의 생활환경을 대변하는 지표가 된다. 따라서 개구리의 감소 추세는 우리의 생활과 무관할 수 없다. 또 사라져가는 개구리의 보전 및 복원은 해당 종에 대한 관심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종의 보전 및 복원은 서식 조건과 맞물려 있고, 그 서식지는 대부분 사유지여서 정치, 경제, 이권이 개입된 종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개인이나 미약한 단체의 노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개구리 보호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의 주도적인 의지가 꼭 필요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오염과 관련된 대중이나 정부의 인식이 대부분 먹는 물에 집중되어 있어서 주로 식수원인 계곡이나 상류의 수질에만 관심 갖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멸종 위기에 놓인 개구리 대부분이 평지생활형 습성을 지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라져 가는 개구리의 보호는 요원해 보인다.

개구리 보호에 대한 우리, 즉 일반인이 지녀야 할 바람직한 태도는 무엇일까? 개구리를 왜 보호해야 할까? 개구리가 살기 때문에 ‘내가 사는 곳은 자연 보전 상태가 좋은 곳이야’ 라며 자족할까? 개구리가 계속 살게 하기 위해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불편을 감수해야 할까? 사실 이런 질문은 우문 같다. 생물은 어떤 환경의 지표로 삼기 위해 또는 명분을 위해서 끌어안고 싶으면 끌어안고, 내팽개치고 싶으면 내팽개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생물들은 인간과 더불어 사는 지구 공동체의 일원이고 미래의 후손들도 누려야 할 유산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나 포장이 불필요한 일이다.



가족과 즐기는 개구리 탐사여행


개구리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던 필자가 1년 동안 개구리를 찾아다녔던 과정을 소개합니다. 개구리 관찰은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생태탐사 여행입니다. 개구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어떻게 첫발을 내디딜지 고민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북방산개구리와의 첫 만남

2005년 2월 15일, 해남의 대흥사로 여행을 갔을 때였습니다. 밤에 이슬비가 내렸는데 숙소 주변에 몸에 붉은 기가 많은 이상한 개구리가 한 마리 나와 있어 그것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더니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도 못한 북방산개구리라고 했습니다. 필자는 충남 온양에서 태어나 주로 논이나 인접한 하천에서만 개구리를 보았기 때문인지 산개구리란 이름마저도 낯설었습니다. 이후 새를 보러 다니면서도 개구리가 보이면 좀더 신경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필자는 대학교에서 생물을 전공했고 고등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치고 있으면서도 새에만 관심 있었던 탓에 다른 생물 분류군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특히 개구리는 더욱 몰랐지요. 초등학교 시절에 논 사이의 수로로 참개구리를 잡으러 다녔던 추억, 어느 날 엄청나게 큰 개구리를 보고 놀랐던 기억, 대학 때 주변 논에서 울어대던 맹꽁이와 청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남아 있는 정도였습니다.

2006년, 서산으로 이사 온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주말이면 항상 아내, 두 딸과 함께 새를 보러 다녔는데,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첫째 딸이 오랫동안 차를 타고 새를 보러 다니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가족과 같이 주말을 보내며 저 또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작년부터 가끔 눈여겨본 개구리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 이제 산으로 같이 다니면서 산 속의 식물, 동물 등을 찾으면서 주말을 보내자!”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길 기다리다 지난해 2월 중순 북방산개구리를 보았던 기억을 더듬어 서산 주변의 계곡에서 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2월 말부터 북방산개구리 알 덩어리들이 계곡 주변 논에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올챙이들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북방산개구리 성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알과 올챙이는 많이 있는데, 어미들은 어디 있을까? 2월 초부터 3월 중순까지 매주 개구리 알이 엄청나게 많은  계곡 주변을 뒤지고 다녔지만 논둑에 죽어 있던 한 마리를 빼고는 도저히 어미를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밤에도 찾아갔지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음, 무엇이 문제일까?’

개구리 찾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어디를 찾아가야 산개구리들을 만날 수 있을지 고민하던 3월 25일, 계곡을 따라 오를 때 물속에서 수컷이 암컷의 배 쪽을 잡고 짝짓기를 시도해 암컷이 거의 죽어가는 북방산개구리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 녀석이다!” 갑자기 빨라진 심장 박동 때문에 가슴은 벌렁벌렁했고, 손가락이 떨려 셔터를 제대로 누를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한 달을 넘게 찾아다닌 북방산개구리를 마침내 발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이후에는 좀 어두컴컴한 계곡이라면 어떤 곳에서도 한 마리 이상의 북방산개구리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알 덩어리는 논이나 수로에 있지만, 성체들은 논에서 멀리 떨어진 계곡에서만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알 덩어리가 많은 논 주변을 세심히 살폈지만 이상하게 한 녀석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계곡에서 주로 생활하다가 알을 낳을 때만 논에 오는 걸까? 그렇다면 그 먼 거리를 어떻게 이동하지?’ 의문은 계속되었지만 해답은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계곡과 먼 거리의 논을 어떻게, 언제 이동하는지 아직도 궁금합니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해 북방산개구리를 만나면서 개구리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또 산개구리에는 북방산개구리와 아주 비슷한 계곡산개구리와 한국산개구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들은 겉모습만 언뜻 보아서는 구별이 안 되고 발가락의 지느러미, 눈과 고막의 지름, 윗입술 주변과 입술 위에서 본 뾰족한 부분의 형태 등으로 구별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산개구리를 만날 때마다 각 부분을 자세히 촬영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북방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한국산개구리


가족과 산 누비며 개구리 여행

그저 가족들과 함께 즐길 생태 소재로 개구리를 찾았기에 배움의 속도는 느렸답니다. 그러나 북방산개구리를 만나고 녀석에 대해 하나하나 알게 되면서 개구리들에 대해 갑자기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딸들이 새를 보러 갈 때와는 달리 산 속으로의 생태 여행을 너무나 좋아했기에 가족과 함께 자꾸만 발길이 산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야외로 나가면 딸들과 함께 무작정 계곡을 찾아들어가 개구리를 찾곤 합니다.

필자 보다는 늘 딸들이 개구리를 더 잘 찾았습니다. 아마도 눈높이가 더 낮아서겠지요. 아이들 덕분에 만난 것이 충남 부여의 한 논에서 만난 한국산개구리입니다. 처갓집에 들러 집 주변에서 딸들과 놀고 있었는데 첫째 딸 나영이가 논 사이의 수로에서 개구리를 먼저 보곤 “아빠! 개구리” 라고 소리쳤습니다. 달려가 보니 그곳에서 북방산개구리보다 크기가 아주 작고 입에 흰 선이 유난히 돋보이는 개구리가 짝짓기를 하며 알을 낳고 있었습니다. 서둘러 집에 가서 카메라를 가져다 모습을 담고 인터넷에 올려 물으니 한국산개구리라고 했습니다.  그때만큼 제 딸이 대견스러웠던 때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국산개구리와의 첫 만남을 하고 나니 충남 서산의 팔봉, 부석, 도비산, 가야산, 심지어는 필자가 사는 아파트 주변 논에서도 녀석들이 보였습니다. 신기하게도 처음 보는 것이 어렵지, 한 번 보면 주변에서도 흔히 찾을 수 있는 녀석이라는 것을 알 때가 많았습니다.

5월, 충남 부여군 홍산면의 한 계곡에서 몸에 독이 있다는 옴개구리를 만났습니다. 옴개구리 알이나 성체를 먹으면 위험할 수 있다고 들어서 처음에는 만지기를 꺼렸지만 손으로 만져보니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후 황소개구리, 참개구리, 금개구리, 청개구리, 무당개구리, 두꺼비를 보았으며 이때부터는 아직 보지 못한 다른 개구리들을 찾아다니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충남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개구리를 보러 간 곳은 강원도 춘천입니다. 6월 10일 토요일, 가족과 함께 그동안 못 보았던 개구리를 찾기 위해 춘천으로 달려갔습니다. 서산에서 차로 5시간 정도 걸리는 춘천은 서산보다 훨씬 북동쪽이고 고도가 높은 산악지역에 계곡이 많습니다. 그곳에서 꼭 보고 싶었던 물두꺼비를 만났습니다. 물두꺼비는 두꺼비와 달리 앞다리가 길고 가늘었으며, 몸통도 호리호리합니다. 그리고 온몸이 광택 나는 초록색으로 뒤덮인 무당개구리도 만났습니다. 그동안 충남 부여, 서산에서 만난 녀석들은 거의 초콜릿색이거나 무채색에 가까운 초록색이었는데, 춘천에서 만난 녀석들은 달랐습니다. 이후 8월, 검은 현무암이 계곡을 뒤덮은 제주도에서 만난 무당개구리는 초록색이 하나도 없는 진한 초콜릿색이었습니다. 제주도의 물뭍동물을 설명하는 책에도 초콜릿색 무당개구리만 올라와 있었습니다. 지역별로 무당개구리의 몸 색에 많은 변이가 있는 것을 보고, 주변의 색과 비슷해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는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자연선택설과도 관련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춘천에서 만난 옴개구리도 충남에서 만났던 녀석에 비해 몸에 노란 기운이 더 많아 보였는데 그것은 제가 본 녀석들에 비해 더 나이가 많은 개체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금개구리                                                      두꺼비

 

 물두꺼비                              무당개구리                              참개구리

 청개구리                               황소개구리                            맹꽁이


우리나라에 사는 13종 중 12종 발견

개구리들을 만나면서도 늘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던 종은 맹꽁이였습니다. 대학교에 다닐 때 이른 여름 논에서 수백 마리가 우는 소리를 들었고, 선배가 채집한 알의 수정 과정을 현미경으로 본 적이 있지만 성체를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맹꽁이는 다른 개구리와는 달리 큰 비가 내릴 때 한꺼번에 나와 울고 짝짓기를 하며 웅덩이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다는 정보를 얻어 비가 많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6월 17일 밤,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다음날 학교에 출근해 차에서 내려 교실로 가는 길에 어디선가 맹꽁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수업시간 때문에 바로 살펴보지 못했고, 학교 뒤에 논이 있으니 밤에 관찰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밤 손전등과 장화를 준비하고 딸과 함께 논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낮에 잘못 들었던 것인지 맹꽁이 소리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맨 처음 소리를 들었던 학교 주차장으로 가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그곳에서 맹꽁이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디지?” 소리를 쫓아 조용히 다가가 보니 운동장 주변의 수로 속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런.” 수로 속엔 맹꽁이 다섯 마리가 있었습니다. “와우! 이렇게 가까운 곳에 그렇게 만나고 싶던 맹꽁이가 있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한 마리를 잡아 손으로 만져보니 등에서 흰 액을 분비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그곳에 가 보니 수로에는 물 위에 뜬 맹꽁이의 알이 있었고, 벌써 알 속에서 발생이 진행되어 중앙의 검은 배가 길게 자라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음먹었던 만리포해수욕장, 팔봉, 신두리 지역은 7월 초 장맛비가 내린 다음 가 보았는데 모든 지역에서 맹꽁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며, 특히 신두리 사구 배후습지에는 맹꽁이가 수백 마리나 있었습니다. 작은 웅덩이 하나에는 엄청나게 많은 알이 있어 그곳을 일주일에 두세 번씩 찾아가 두 다리가 나올 때까지 관찰하면서 맹꽁이의 성장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맹꽁이는 알에서 앞뒤 다리가 다 나오는 데 40일 정도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후에는 관찰하기 어려웠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맹꽁이들이 우리 주변에 있음을 알았고, 개구리류의 생활사를 좀더 많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렵게 만난 녀석은 계곡산개구리입니다. 이 녀석을 보고 싶어 계곡을 수없이 뒤졌지만 항상 북방산개구리만 만날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0월, 가족들과 대전에 있는 장태산에 갔다가 계곡에서 계곡산개구리 두 마리를 만났습니다. 역시 계곡에서 돌을 들추니 그 밑에 있었는데 북방산개구리와는 다르게 머리 앞쪽이 좀더 둥글고 색도 약간 달라 보였으며 몸집도 작은 녀석이었습니다. 계곡산개구리는 북방산개구리와 습성이 거의 비슷해 구별이 어렵다고 하지만, 물살이 더 빠른 계곡에 알을 낳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맹꽁이 알                                                       발생

 

맹꽁이 올챙이                                                맹꽁이이

 

수원청개구리 계속 찾을 터

이제까지 만난 개구리는 모두 12종입니다. 아직까지 보지 못한 종은 생김새로는 청개구리와 거의 구별되지 않지만 소리로 구별할 수 있다는 수원청개구리입니다. 수원청개구리를 만나기 위한 노력은 많이 했습니다. 수원청개구리는 청개구리에 비해 금속성이 강한 울음소리를 낸다고 하며, 목 밑에 노란 빛이 더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보이는 모든 청개구리를 잡아 이런 차이를 찾아보자 마음먹고 흰색 주방용 도마와 ‘ㄱ'자 모양의 자, 카메라 렌즈 앞에 끼우는 링 플래시를 준비해 청개구리를 찾아다녔습니다. 밤에 아파트 주변 산책로, 서산간척지 주변 논, 태안 신두리 사구 등을 찾아 청개구리를 잡았습니다. 잡은 모든 청개구리를 흰 도마 위에 올려놓고 옆에 자를 놓은 후 카메라로 옆, 위, 아래 등 생김새를 자세히 기록했습니다. 한 달 이상 그런 방법으로 청개구리와 차이를 보이는 녀석을 찾았지만 수원청개구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듬해 6월 이후 다시 번식기가 되면 울음소리로 구별한 후 잡아서 관찰해 보기로 하고 이 종은 포기했습니다.

필자의 개구리 관찰사를 다시 정리해 보면, 2006년 2월 말부터 가족과 함께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개구리를 찾기 시작했고, 11개월 동안 우리나라에서 기록된 13종의 개구리 중 수원청개구리를 제외한 12종의 개구리를 보았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거의 모든 종을 보았기에 좋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가족, 특히 딸들과 산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것이 더욱 즐겁고 행복한 일입니다.

그리고 새를 찾아다니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우리 주변의 생물에 대한 연구가 너무나 미미하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개구리들이 많지 않은데도 아직까지 그들에 대한 관심이나 연구가 거의 없었고, 많은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음을 알았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는 개구리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손상호, 김현태, 조영권, 이주희

사진 김현태, 손상호

 

■참고자료

1. Tanemura Hiroshi 씀, 윤일병 감수, ‘개구리와 두꺼비’, 「과학앨범 7」, 웅진출판(1988)

2. T.R. Halliday, K.Adler 편저, 윤일병 감수, ‘양서파충류 편’, 「동물대백과 10」, 아카데미서적(1988)

3. ‘앰피비아 웹’ http://amphibiaweb.org/search/index.html

4. 송재선, 「동물속담사전」, 동문선 (1997)

5. 윤승준, 「동물우언의 전통과 우화소설」, 월인(1999)

6. 이지영, 「한국의 신화이야기」, 사군자(2003)

7. 조동일, 「삼국시대 설화의 뜻풀이」 ,집문당(1990)

8. 조희웅, 「한국 설화의 유형」, 일조각(1983)

9. 최운식, 「한국의 민담」, 시인사(1999)

10. 편집부 편저, 「한국문화상징사전」, 동아출판(1996)

11. 국립국어원 편저, 「표준국어대사전」, 두산동아(1999)

12.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편저, 「한국구비문학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1980~1989)

13. 울리히 슈미트, 「동식물에 관한 상식의 오류사전」,경당(2003)

14. www.livingunderworld.org/folklore/

15. www.exploratorium.edu/frogs/folklore/folklore_2.html

16. www.livingunderworld.org/folklore/

17. ‘멸종위기종 금개구리의 증식 및 복원을 위한 공개 세미나 자료집’, 금개구리 증식 및 복원 연구팀(2006)

18. IUCN/SCC Specialist Group, ‘IUCN Guidelines for Re-introduction’, IUCN/SCC(1995)

 

 

이 내용은 자연과 생태 3~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www.econature.co.kr

 

 

출처 : 사찰생태연구소
글쓴이 : 자미 정미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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