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반도 / 박기섭
1
그냥 산이어선 안 돼, 그냥 그런 산이어선
스스로 골짜기를 팬, 그런 속살의 아픔을 아는,
그 온갖 푸나무 자라고 새 떼 깃드는 그런 산.
마을과 마을을 감싸고 남북 천리를 달리는,
엔간한 철조망이나 까짓 지뢰밭쯤은
가볍게 발등으로 차버리고 휘달리는 그런 산.
2
그냥 물이어선 안 돼, 그냥 그런 물이어선
스스로 등판을 찢는, 그런 피의 고통을 아는,
수천 척 직립의 벼랑을 뛰어내리는 그런 물.
무수한 골짝과 골짝 그 무지와 황량을 돌아
적의의 날선 칼을 혀끝으로 다스리며
마침내 스스럼없이 만나 몸을 섞는 그런 물.
<제9회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수상작>
'좋아하는 문학장르 > 좋아하는 時調'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낱말 새로 읽기/문무학 (0) | 2008.09.20 |
---|---|
꽁치와 시 / 박기섭 (0) | 2008.09.05 |
부레옥잠이 핀다/손영희 (0) | 2008.08.30 |
책 읽는 소녀상/서정택 (0) | 2008.08.30 |
저기 저 달 속에/박명숙 (0) | 2008.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