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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時調

부레옥잠이 핀다/손영희

by 광적 2008. 8. 30.

부레옥잠이 핀다/손영희

 

1 .

그 여자, 한 번도 수태하지 못한 여자

한 번도 가슴을 내놓은 적 없는 여자

탕에서, 돌아앉아 오래

음부만 씻는 여자

어디로 난 길을 더듬어 왔을까

등을 밀면 남루한 길 하나 밀려온다

복지원 마당을 서성이는

뼈와 가죽뿐인 시간들

 

2 .

부레옥잠이 꽃대를 밀어 올리는 아침

물속의 여자가 여행을 떠난다

보송한 가슴을 가진 여자

잠행을 꿈꾸던 여자

푸른 잠옷을 수의처럼 걸쳐 입고

제 몸속 생의 오독을 키우던 그 여자

누군가 딛고 일어서는

기우뚱한 생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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