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레옥잠이 핀다/손영희
1 .
그 여자, 한 번도 수태하지 못한 여자
한 번도 가슴을 내놓은 적 없는 여자
탕에서, 돌아앉아 오래
음부만 씻는 여자
어디로 난 길을 더듬어 왔을까
등을 밀면 남루한 길 하나 밀려온다
복지원 마당을 서성이는
뼈와 가죽뿐인 시간들
2 .
부레옥잠이 꽃대를 밀어 올리는 아침
물속의 여자가 여행을 떠난다
보송한 가슴을 가진 여자
잠행을 꿈꾸던 여자
푸른 잠옷을 수의처럼 걸쳐 입고
제 몸속 생의 오독을 키우던 그 여자
누군가 딛고 일어서는
기우뚱한 생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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