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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時調

꿈꾸는 반도 / 박기섭

by 광적 2008. 9. 5.

   꿈꾸는 반도 / 박기섭

1
그냥 산이어선 안 돼, 그냥 그런 산이어선
스스로 골짜기를 팬, 그런 속살의 아픔을 아는,
그 온갖 푸나무 자라고 새 떼 깃드는 그런 산.

마을과 마을을 감싸고 남북 천리를 달리는,
엔간한 철조망이나 까짓 지뢰밭쯤은
가볍게 발등으로 차버리고 휘달리는 그런 산.

2
그냥 물이어선 안 돼, 그냥 그런 물이어선
스스로 등판을 찢는, 그런 피의 고통을 아는,
수천 척 직립의 벼랑을 뛰어내리는 그런 물.

무수한 골짝과 골짝 그 무지와 황량을 돌아
적의의 날선 칼을 혀끝으로 다스리며
마침내 스스럼없이 만나 몸을 섞는 그런 물.

 

<제9회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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