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雪 / 박권숙
인제를 넘어 북쪽 한계령 고개턱에서
보았다. 국경으로 몰리어가는 눈, 눈, 눈
순백의 고요한 화해 그 눈부심을 보았다
바위는 바위끼리 나무는 나무끼리
서로의 가슴으로 서로를 묻으며
우리의 동토를 향해 소리없이 전진했다
용서하라, 끝없이 이어지는 흰 깃발의 행렬
살과 살이 서로 부딪고 뼈와 뼈가 서로 부딪쳐
힘없이 허물어지는 저 국경을 넘어서
달려왔다. 나부꼈다. 그리고 조용히
얼어붙은 우리의 냉기를 어루만졌다
숨겨진 불씨가 일 듯 환한 세상이 열리고
이 땅에 빛나는 모든 것이 한데 어울려
싱싱한 화해의 꽃송이로 춤출 때
우리도 하나가 되어 희디 희게 쌓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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