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정情 / 정휘립
-만횡청류蔓橫淸流를 위한 따라지 산조散調· 4
딸넴아, 지발 아무나 허고 밥 같이 먹지 말거라, 잉?
이 에미도 읍내 장날 품 팔러 나갔다가 그냥 그리 된겨, 거시기 학상學生들 데모대에 매급시 떠밀려 쫓기는디, 어치케 늬 아빠 용케 만나 아는 체 하고 밥 한 끼 얻어먹다 그냥 저냥 함께 살게 된 겨,
정情 중에 젤 무서운 게 바로 밥 정情인 것여.
늬 아빠, 자전거 타고 동사무소 심부름 다닐 때,
허줄근한 방위병 복장으로 그냥 쓰러지게 생긴 데다, 내 하필 최루탄에 눈물콧물 질질 흘리며 오도가도 못 허는디, 불쌍하게 주춤주춤 다가와 밥이나 그냥 한 번 먹자 혀서, 매급시 밥 한 끼 얻어 처먹다 그냥 저냥 늬가 톡, 생긴겨, (그리서 늬 이름이 ‘오월’인겨)
늬 아빠 시원한 입 속에 그냥 홀딱 반한 겨.
<2008년 미당문학상 후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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