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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詩

달과 아내

by 광적 2009. 9. 10.

        달과 아내 / 김춘기

 

 

 

귀뚜라미소리 가득한 강섶에서

식구들 건강하게 해달라고

손을 모으면

푸른 달빛을 양손 가득 쥐어주던 한가위 보름달

산등성이에 앉아 묵상중이다

 

아폴로 11호가 반딧불이처럼 붙어

성조기를 펼치던 

우리 딸 윤지

장미꽃 피는 날짜를 정확히 알려주는 달

 

벽에 금이 간 다세대주택의 담벽을 타더니,

오늘은 초저녁부터 침실로 들어와

담도암 재발한 아내의 보름달 같은 배를

쓰다듬는다, 심야 앰뷸런스가

시간을 압축하며 

대학병원 응급실로 내달린다

숨찬 바람이 달빛을 데리고

급하게 그 뒤를 따라간다

 

어둠에 잠긴 밀물이 강의 무릎까지 차오른다

아내의 배가 더욱 팽팽하다

달도 끝까지 부풀어오른다

복수 가득한 달의 신음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