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면 가장 생각나는 선생님. 그분은 1972년도 의정부종합고등학교 시절 국어를 가르쳐주신 문두희 선생님이시다.
호리호리한 체구에 외모가 깔끔하신 문 선생님은 그 당시로는 키가 꽤나 크셨다. 선생님은 수업시간마다 알맹이를 콕콕 잘 짚어주셨다. 요즘 말하는 학습목표에 잘 도달하는 그런 수업을 하셨다.
하지만 내가 선생님을 진짜 좋아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책 읽는 기쁨을 맛보게 해주셨다. 당시엔 자유교양경시대회라는 이름으로 독서운동이 펼쳐졌다.
고등학교에서는 정해진 목록의 책을 읽고 교내대회, 시·군대회를 거쳐 최종으로 경기도대회에서 실력을 겨뤘다. 나도 그 틈에서 고전, 명작의 늪에 빠질 수 있었다.
논어(論語)에서 ‘중용’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됐고, 당시(唐詩)를 탐독하며 문학의 즐거움을 느꼈다. 십팔사략(十八史略)을 통해 중국의 4천년 역사를 양자강의 물줄기처럼 이해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통해 우리의 역사를 파악했고, ‘인생의 의의’라는 책을 통해 ‘내가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라는 물음표를 달고 고민도 했다.
문두희 선생님께서는 방과후 늘 우리와 도서관에서 함께 책을 읽으셨다. 그렇지만, 독서활동에서 ‘어떤 책을 읽어라, 또는 독서에서 중요한 것이 이것이다’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다.
시간을 내어 독서보충강의를 해주신 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우리들이 스스로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동기만 불어넣어 주신 것뿐이었다.
나는 오히려 선생님의 그런 독서교육방법이 맘에 들었다. 요즘 말하는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활동시간을 중요하게 여기시는, 그 당시로는 미래지향적인 선생님이셨다.
문 선생님께서는 옳은 일을 위해서는 힘들어도 그 길로 가야한다고 가르쳐 주셨다.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목숨처럼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배움이라는 것이 지식만 쌓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일러주셨고,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그런 선생님의 모습을 닮고 싶어서 교직을 택했다.
휴일을 이용해 적십자활동으로 아이들과 북한산 등산학교에 참여했다. 그곳에서 산행수칙, 응급조치법 등을 배웠다. 나는 제자들과 즐겁게 발맞추며 걷는 교직의 길이 행복하다.
지금도 5월처럼 늘 푸른 빛깔로 내게 이정표가 되어주시는 선생님. 10여년 전 퇴직하시고, 멀리 상계동 근처에서 안빈낙도하시는 문두희 선생님이 뵙고 싶다.
<2011년 5월26일 경기신문 22면 게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