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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시루 속 콩나물/조 원

by 광적 2011. 6. 29.

 

      시루 속 콩나물/조 원

 

낡은 영혼만 수감하는 곳을 아시나요

사방은 벽뿐이고 검은 모자를 눌러 쓴 이들

이곳엔 독방이라곤 없지요 혼자 명상하게 두거나

고독만큼 자유로운 건 없으니까

빵이나 곡물은 기대하지 않는게 좋아요 물만으로 포만감을 가지는

당신은 아주 오랫동안 하늘만 응시했고

빗장을 풀어 어린 새를 훨훨 날려 보냈어요

병뚜껑마저 문장으로 탈바꿈시킨 당신은

세상에 의문부호만 가득 찍어댔지요 술 아닌 건 맹물이라고

비틀거리는 공룡 뱃속을 아직도 상상하고 있군요

낙타에게 키스를 퍼붓던 기억은 제발 뇌리에서 삭제시켜요

벽을 통과하는 일이 유죄라는 사실 모르나요

달의 그림자를 태양이라 떠벌리기 시작하더니

아침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어요

구름 위로 이주신청까지 해 놓은 나무들

바람은 노인의 지팡이마냥 느릿느릿 걷고 있는데

바다를 침실로 사용하려는 당신

잡초 무성한 묘지로 탈출하려는 당신

평생을 외발로 사는 벌이 무섭지도 않으가요, 마치 인어처럼

다리의 비늘만 보고 있군요, 이젠 잠수를 하시고 싶다?

전류를 퍼 나르며 축수 곤두세우는 전봇대가 보이지도 않나요

 

언제 영혼이 뽑혀나갈지 모를 당신

계속 그렇게 아삭거리기만 하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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