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김춘기
숫눈에 잠긴 심야 찻잔 들여다보니
고향집 대문 앞에
아버지 계십니다.
올해도 어깨 높이가 엄지만큼은 낮아지신
병원 다녀오시면 허리 좀 펴실까요?
마당 어귀 회양목은
겨울에도 크는데요.
주말엔 아랫목에서 부은 발 씻겨드릴게요.
주머니 속 손전화로 자식 매일 기다리시며
지난 가을 텃밭에서 들깨 탁탁 터셨죠?
근력이 다된 것 같다하시며,
그믐달처럼 웃으시며.
고향 소식 싣고서 막내에게도 가셔야죠.
아라뱃길 은빛 물결 유람선도 타시구요.
새봄엔 아버지 구순九旬
잔치 대판 벌려야죠.
'나의 글밭 > 時調'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침 소리 이어지다 (0) | 2012.03.07 |
---|---|
로보사피엔스*/김춘기 (0) | 2012.03.07 |
늦가을, 묵호 (0) | 2011.09.17 |
백로, 현산중학교 (0) | 2011.09.02 |
희망연립 들어서다 (0) | 2011.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