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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時調

아버지

by 광적 2011. 12. 22.

                    아버지

 

                                          김춘기

 

 

숫눈에 잠긴 심야 찻잔 들여다보니

고향집 대문 앞에

아버지 계십니다.

올해도 어깨 높이가 엄지만큼은 낮아지신

 

병원 다녀오시면 허리 좀 펴실까요?

마당 어귀 회양목은

겨울에도 크는데요.

주말엔 아랫목에서 부은 발 씻겨드릴게요.

 

주머니 속 손전화로 자식 매일 기다리시며

지난 가을 텃밭에서 들깨 탁탁 터셨죠?

근력이 다된 것 같다하시며,

그믐달처럼 웃으시며.

 

고향 소식 싣고서 막내에게도 가셔야죠.

아라뱃길 은빛 물결 유람선도 타시구요.

새봄엔 아버지 구순九旬

잔치 대판 벌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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