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밭/산문

열정의 텔레파시가 통하는 힘찬 학교

by 광적 2014. 9. 18.

열정의 텔레파시가 통하는 힘찬 학교

 

양주백석중학교장 김춘기

 

여름 땡볕을 쓸고 간 초가을 하늘이 방금 닦은 유리창처럼 투명하다. 개학한지 일주일쯤 지났지만, 방학이 왜 그렇게 짧았느냐고 재잘거리며 교실에서 내려다보는 제자들의 눈망울이 별처럼 빛난다. 교문엔열정긍지 양주백석인의 힘이다.’라는 현수막이 등굣길 아이들의 어깨춤을 유도하며, 역시 너희들이 최고라고 힘차게 펄럭인다.

 

나는 작년 우리학교에 공모교장으로 부임하면서교육을 하겠다고 취임사에서 선언하였다. 맨 먼저 학생들의 체력향상을 위하여 노력하겠다고, 그리고 감성교육을 통하여 따뜻한 인성을 배양하고, 마지막으로 창의지성교육을 펼쳐 스마트시대에 꼭 필요한 인재들을 키우겠다는 것이었다.

 

마침 우리학교는 건강모델증진학교, 문화예술중점학교, 과학교육선도학교 교육과정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추구해온 교육철학과 상통하는 교육과정이었다. 그중 내 눈길이 가장 오래 멈춘 것은건강모델증진학교라는 창의경영학교 교육과정이었다. 학생들의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다지고, 마음의 밭을 기름지게 가꾸어 우리학교를 열정의 텔레파시가 통하는 힘찬 학교로 만들겠다고, 나는 결심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학교경영의 중심이 되었다.

 

맨 먼저 지역사회에 소재한 유관기관을 살폈다. 읍 소재지 학교이기에 도시지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만족하기엔 다소 부족하였다. 그렇지만 나는 이 기관들로부터라도 알차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고, 그들 기관을 차례로 방문하였다. 그리고 우리학교의 교육과정운영과 함께 본 사업의 취지를 해당 기관마다 전하고, 적극적인 지원약속을 받아냈다.

 

동두천양주교육지원청, 양주시청의회, 보건소, 소방서, 정신보건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백석파출소, 백석한의원 등이 참여하게 되었다. 자문역으로는 동덕여대 장창곡 교수님이 늘 듬직한 언덕이 되어주셨다.

 

교사들과 동고동락 하는 조해성 교감선생님도 교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언제나 활동마당의 중심에 발을 딛고 있었다. 그리고 열정 가득한 박의양 건강증진예술부장을 비롯하여 모든 교사들이 자신들만의 빛깔을 가지고 마음을 모아 건강증진모델학교 교육과정운영에 동참하여 잠재능력을 맘껏 발휘하였다. 그들은 각자 한 가지 이상의 업무를 알아서 풀어나가고, 1회 협의회를 통하여 여러 가지 프로그램 중에서 튼실한 가지는 살리고, 불필요한 곁가지를 그때그때 손질해 나갔다.

 

드디어 학부모님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임성은 학부모회장을 비롯한 우리학교 150여명의 명예교사들 중 회장부회장총무, 123학년 회장부회장, 학교운영위원회의 학부모위원들은 건강증진위원회 실무위원이라는 이름으로 분기별 정기회의와 상시회의를 열었다. 또한 학부모회를 일관성 있게 이끌며, 학생 및 가족프로그램에 맑은 물을 뿌려주어 이들을 풋풋하게 키워냈다.

 

몇 달 지나자, 학생들의 모습은 완전히 바뀌어갔다. 매주 화목요일 실시하는 단체줄넘기를 통하여 협동심과 끈기가 배양되었다. PAPS 점수올리기, 스포츠클럽활동의 학급대항 축구피구대회를 통하여 학생과 교사들의 체력이 달라지고 있었다. 방과후 틈새를 이용하여 배드민턴플로어볼, 사제간 축구시간이 학생들에게 약속한 규칙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무럭무럭 키우고 있었다.

 

교사들은 수업준비, 학생생활지도, 상담, 교무업무 등으로 시간을 만들기 힘들었다. 그래도 일과 후 짬을 내어 배드민턴 동아리활동, 체육관의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통한 탄력 있는 몸만들기를 계속하면서 주월간 스케줄을 스마트폰에 계속 입력하고 있었다. 또한 제자들은 부모님과 함께가족사랑 건강증진 볼링교실에도 참여하여 효도하는 마음을 키우며, 자존감의 상승곡선을 신나게 그리고 있었다.

 

나는 교장으로서 학생교사학부모의 체력증진뿐만이 아니라, 건강문제의 기본적인 탐색과 향상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었다. 비만예방, 구강건강, 금연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중 구강건강분야의 경우만 본다면, 식사 후 전교생 양치질하기를 위하여 복도마다 양치질대설치, 건강노트와 함께하는 치아관리, 입냄새측정을 통한 잇몸관리, 불소도포를 이용한 충치치아부식에 대처하고, 문제가 있을 때마다 양주보건소 치과전문의와 상담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몸으로 뛰었다.

 

그리고 우리 제자들만이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위하여 캠페인활동을 펼쳤다. 금연프로그램의 경우 금연관련패널의 제작전시, 가정통신문발송, 외부인사초빙교육, 일산화탄소측정기로 흡연검사, 백석한의원의 금연침치료 등을 실시하여 건강체질의 학교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어깨띠스티커전단지를 제작하여 지역의 기관상점거리를 돌고, 활동 후에는 협의회를 열어 앞으로의 개선방향을 찾는데 힘을 기울였다.

 

우리학교에서는 등하교시간, 쉬는 시간이면 클래식음악이 흐르는 학교이다. 더불어 아침점심하교시간을 통하여 방송실에서 배려송, 역지사지송이 흘러나온다.‘리 리 리 로 끝나는 말은?’노래에 가사를 바꾸어 붙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배려송은 운동을 못하는 친구의 마음(공부를 못하는 친구의 마음, 왕따를 당하는 친구의 마음) 그 마음 그 마음 그 마음 생각해 보자이다.

 

처음엔 일부 학생들은 우습다고 킥킥거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이 노래를 들으면서 제자들은 등하굣길, 점심시간 가릴 것 없이 흥얼거리며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게 되었다. 비록 짧은 동요이지만, 제자들은 잠시나마 친구선생님부모님의 마음을 읽게 되었다. 또한 사춘기 아이들의 거친 행동은 이완되고, 따뜻한 마음이 자라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되었다.

 

또한 우리학교는 가 있는 학교이다. 학급별로 나의 친구라는 주제로 교내 작은 시화전을 열고, 친구를 배려하고, 친구의 마음을 생각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자아존중감 UP 박수치기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수업시작과 함께 창문을 타고 넘는 이 박수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여 아이들의 마음을 대낮처럼 밝히고 있었다.

 

마음성장행복충전을 통한 인성교육도 한몫을 차지했다. 매주 금요일 아침에는 자아실현을 위한 나의 가치 찾기를 위한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인성교육 아이디어 우수작은 연 2회 시상을 한다. 뿐만 아니라 친구사랑의 날을 이용하여 내 친구 캐릭터그리기, 동영상을 이용한 장애우 이해하기프로그램의 실시로 세상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한솥밥의 세계라는 것을 인식하도록 노력하였다. 매월가족과 함께하는 건강생활습관 연간 점수표라는 활동지를 통하여 건강왕을 선발하고, 학생학급교직원에게 시상을 하여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였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함께 기르기 위한 창의경영학교를 운영하는 교장으로서 때로는혹여 너무 많은 프로그램으로 교사들이 힘들어하지는 않을까?’내 자신에게 되묻기도 해본다. 그렇지만 진정 우리학교는 열정 가득한 교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관리자의 고정관념이 아닌 선생님들과 행정실 직원의 창의적인 생각으로부터 교육과정이 출발하는 학교이다.

 

나는 교장으로서 수업은생각하는 시간이라고 정의하면서 교실활동이 학생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선생님들과 대화를 즐기곤 한다. 껍데기보다는 내용이 알찬 책, 외모보다는 따뜻한 인성과 오월의 들녘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강한 교육과정이 바로 우리 양주백석중학교의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이제 내 교직생활도 굽이굽이 긴 강의 하구 가까이 흘러와 있다. 우리학교에서 굵고 푸른 나무로 자라고 있는 제자들을 바라보면서 선생이라는 직업에 보람을 느낀다. 다양한 개성과 끼를 가진 교육가족들과 멋진 배를 타고 푸른 바다로 나아가는 하루하루가 뿌듯하다. 오늘도 웃음소리 가득한 교정을 거닐며, 제자들이 내쉬는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는 마음이 그저 행복할 따름이다.

 

(2013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