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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산문

참새 이야기

by 광적 2014. 9. 22.

참새 이야기

                                                                            -그린마일리지 폐지 훈화

 

 

사랑하는 양주백석중학교 학생 여러분! 오랜만에 여러분들 앞에 섰습니다.

오늘은 우선 참새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러시아의 작가인 투르게니에프가 쓴 제목이 참새라는 수필이 있습니다. 그는 시골길을 산책하던 중 둥지에서 떨어져 날개를 파닥이는 새끼 참새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마침 옆에 있던 개 한 마리가 이 새끼를 향해 다가가자 어미 참새가 개의 코앞으로 총알처럼 날아가 덤벼들었습니다. 탁구공만한 참새가 손톱 같은 부리를 세우고 쇳소리 같은 목청으로 대항하였습니다.”그 순간 개가 흠칫 놀라서 뒷걸음을 쳤다는 내용입니다.

이 글을 읽고서 나는 어려서 시골집에서 보았던 참새가 생각났습니다. 여름방학 어느 날 오후, 마당 곁 울타리 쪽에서 들리는 참새소리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참새소리가 꽤나 시끄럽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개울 건너 큰어머니 댁에 다녀와서도 계속되었습니다. 참새의 울음소리에서 어떤 다급함이 느껴졌습니다. 나는 참새 울음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내 눈에는 울타리 위에서 울고 있는 참새 한 마리가 보였습니다.

그때 나는 주변을 살펴보고서야 비로소 의문이 풀렸습니다. 다른 참새 한 마리가 날개를 다쳤는지 울타리 밑에서 날개를 파닥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미 참새는 다친 참새를 두고 떠날 수 없어서 그렇게 목 놓아 울었던 것이었습니다. 내가 날개를 파닥이는 다친 참새에게 다가갔더니, 요 녀석이 폴짝폴짝 뛰어 마침 옆에 있던 흙 구멍으로 쏙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구멍이 제법 깊어서 속이 들여다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울타리 위의 참새는 한참을 더 안타깝게 울다가 마침내 개울 쪽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이 장면을 보고, 나는 며칠 동안 가슴이 저렸습니다.

우리는 참새를 하찮은 동물로 여기지요? 그런데 이렇게 작은 참새가 그토록 놀라운 행동을 하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참새의 타고난 본능이라고 간단히 얘기할 수도 있겠죠. 사회생물학자들은 이런 것을 동물의 이타적 행동이라고, 즉 남을 위한 행동을 말합니다. 이타적 행동이란 유전자의 증식을 위한 적응활동이라고 단순하게 해석하기도 합니다. 우리 부모님의 희생도 단순히 동일한 유전자를 갖는 개체를 남기려는 유전자의 이기적 활동에 불과하다는 이론입니다.

그러나 이런 이론으로는 내가 직접 들었던 참새의 그 절절한 울음소리를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평범한 생활 가운데서 때때로 지고지순한 순간과 마주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그윽한 눈빛, 어깨에 얹혀진 따뜻한 친구의 손,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끝없는 헌신, 선생님의 제자사랑 눈길, 티 없이 바라보는 동생의 얼굴, 그리고 진실한 마음으로 남을 위해 희생하는 이름 없는 손길들이 바로 이타적인 행동입니다. 이러한 장면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들의 가슴의 잔잔한 감동으로 흔들리게 됩니다.

사랑하는 나의 제자 여러분!

세상이 날로 각박해지고, 어지러워지고 있습니다. 극단적 이기주의, 끝없는 쾌락주의,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 등이 우리의 세상살이를 어둡게/힘들게/지치게/ 하는 말들로 내뱉어져 가슴을 아프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우리학교의 교장으로서 약한 친구들을 도와주려는 마음, 부모님께 효도하는 마음,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품격 있는 학생들의 이타적인 마음들, 여러분들의 그 힘을 믿습니다. 우리가 하찮게 생각해온 참새에게서 보듯이 모든 생명 존재는 근원적으로 사랑을 본성으로 하고 있습니다. 담장을 못 떠나던 참새의 울음소리는 바로 사랑을 외치는 존재의 함성이었던 것입니다.

새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님이 취임하셨습니다. 그리고 91일부터 아침 9시 등교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아침밥을 잘 먹고 등교하여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라고 하는 교육감님의 뜻이 숨어있는 것입니다.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여러분에게 더 많은 재량을 준 것입니다.

이와 함께 이제까지 상벌점제라고 불러온 그린마일리지가 폐지되었습니다. 그린마일리지가 폐지된 것은 또 무엇이겠습니까? 학교의 생활규정을 적당히 어기면서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겠습니까? 아니죠. 이제부터는 학생회를 중심으로 여러분들이 자율적으로 지켜야할 기본적인 생활, 즉 학생생활규정을 스스로 지키라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각자 양주백석중학교의 일원으로서 자율적으로 보다 더 성숙한 학교생활을 하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학생회 회장단은 학생회활동을 좀 더 활성화하여 여러분들이 스스로 학교 생활규정을 지키고, 친구들과 더욱 사이좋게 지내며, 또한 선생님의 말씀을 새겨들으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더욱 멋지고 수준 높은 학교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제자 여러분!

나는 교장으로서 여러분들을 믿습니다. 분명 우리 양주백석중학교는 여러분들의 따뜻한 마음과 수준 높은 행동으로 학교폭력이 없는 학교, 왕따 없는 학교, 부모님께 효도하고 선생님을 존경하는 이타적인 마음을 가진 학생들의 웃음발전소로서 경기도에서 가장 평화로운 학교, 가장 큰 꿈을 꾸는 마음이 모여 있는 위대한 학교로 커나갈 것으로 말입니다.

꿈에서도 자주 만나는 제자 여러분! 나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남의 입장을 배려하는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는 여러분! 사랑합니다.

2014. 9. 12

양주백석중학교장 김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