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진포구, 세상을 열다
김춘기
만삭의 바다가 바람을 품고 있다.
부리 말간 괭이갈매기 울음이 물이랑을 일구는 새벽. 순항미사일 돌고래 떼가 겨울산맥을 축조하기 위해 파도를 일일이 호명하며, 해안선쪽으로 항진한다. 공룡처럼 억센 허벅지를 연신 주무르는 바다, 근육이 붙는 바다는 너울의 일렁이는 어깨를 일렬로 세우며, 풍랑의 등뼈를 촘촘하게 꿰어 나아간다. 붉은 해가 수평선의 상처 덧난 언저리부터 입김을 불어넣으며, 물의 탑을 세워나간다.
파도의 지느러미가 떠도는 섬의 허리를 거칠게 훑자, 어머니 바다가 숨가쁘게 달려와 그의 신음을 품어안는다. 허공을 받친 내설악 능선 쪽으로 시선을 고정하던 바다, 중위도의 해풍을 다 불러모아 물의 히말라야를 줄줄이 출산해 나간다. 부풀어오르는 만조의 물살을 힘껏 밀어내며, 해역을 확장해 나간다. 하늘을 붙들고 내닫는 해류의 검푸른 호흡소리, 비상하는 물새들의 짙푸른 날갯짓. 만조의 대양 그 위로 소나기눈이 교향곡처럼 내리고 있다.
바다 편 천지창조가 여기에서 펼쳐지네.
'나의 글밭 > 時調'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막 갯벌 (0) | 2016.08.01 |
---|---|
산양곶자왈 (0) | 2016.07.06 |
정형시학 제출 사설시조 (0) | 2016.01.26 |
DMZ, 늦은 가을 (0) | 2015.10.04 |
봄은 분주하다/김춘기 (0) | 2015.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