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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時調

(사설시조)치킨 공화국

by 광적 2016. 9. 25.

치킨 공화국

                                                                            김춘기

 

   1.

   9회 말 역전승이라며, 마음 들뜬 이른 저녁

 

   붉은 깃발 흔들며 시월 연휴가 징검징검 건너온다고코스피까지 연일 장밋빛 만발이라며, 비비큐 교촌 페리카나 가슴이 뛴다뛴다.

   외동딸 내신에서 또 한 등급 올랐다고, 휴대폰까지 춤추는 달빛마을 아파트. 수능 3등급 이상은 치킨을 배달시키고, 6등급까지는 그래도 치킨을 튀길 수는 있겠지만꽁지 쪽은 평생 치킨이나 배달하며 살아야만 한다나, 뭐라나.

   여친 얼굴 보는 날이면 치킨에 생맥주가 보름달로 떠오른다는 K여고 노총각선생님. 치킨을 한 번도 못 먹어 본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한번뿐인 입은 절대 없다며, 피자헛까지 덩달아 설레게 만드는 야자 종례시간.

 

   강 건너 재개발 보류지구그늘 짙다는 뜬소문뿐.

 

   2.

   여름급히 명퇴한 정류장 앞 최씨 부부

   늘그막에 기댈 언덕

   불 밝히는 통닭집

   빨간색 오토바이가 추월선 비틀며 달리지만,

 

   근심에 젖은 그림자

   낙엽처럼 구르는 거리

   빚 독촉 가을 소나기 온종일 퍼부어도

   헬멧도 안 쓴 바람이 골목골목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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