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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時調

비양도 파도

by 광적 2016. 11. 3.

 비양도 파도

  

                 김춘기  

 

, 우세요

오늘은 또

누님

우리 큰 누님

 

철딱서니 저 파도가

가슴 연신

때리지요

 

삶이란

줄줄이 파도...

그만 우세요

누님, 이젠

 

 

-웃음 발전소 발견. 2020

 

 

김진숙 추천의 말

 

  한나절. 바다 건너 비양도가 보이는 금능마을을 걷는다. 김춘기 시인의 비양도 파도를 곱씹으며 천천히 따라오는 2월 햇살이 따스하다. 우리 누님, 누님이란 말속에 문득 나의 아버지가 만져진다. 꿈에도 찾아오시지 않던 아버지가 꼭 그렇게 말씀하신다. 

  그만 우세요, 누님.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수없이 파도를 넘으며 살아오신 누님 생각은 늘 쉽게 잠들지 않았다. 거나하게 취기가 돌아야만 철썩, 철썩, 하얗게 뱉어내는 고향의 무릎이자 언어였을 것이다.

  오늘의 파도를 타고 아버지가 그리 부르시던 누님을 나도 따라 불러본다. 말없이 애잔하게 토닥여주는 시인의 파도를 따라 걷고 또 걷는 길의 끝에 마지막 파도가 힘없이 또 울고 있다. 그 곁에 시인이 있어 다행이다.

 

[출처] 2020, 내가 읽은 좋은 시조 /김진숙   작성자 시조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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