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꼬발랄 참새나무
장인수
수령 칠백 년, 늙은 느티나무 품으로
참새 떼가 날아들었다
느티나무가 쉴 새 없어 푸드덕 파닥거린다
온몸의 껍질세포가 모두 입술인 양 떠든다
참새 떼를 품은 나무
마디마디 참새의 부리가 되어 지저귀고
가지마다 참새의 작은 심장과 호흡과 소란스러움을 뿜는다
우드스탁처럼 환호성을 지르며
똥꼬발랄 까르르 까르르 자지러지는 참새나무
몇몇 속잎새는 나무르가즘을 느끼나보다
근엄하고 과묵하고 점잖은 느티나무가
하찮은 참새 떼를 만나면
오백 년은 젊어지고
까르르 까르르 오백나한처럼 수다쟁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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