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카페, 맘/김춘기
등하교 시간마다
차량 불빛 끝이 없는
영어마을 H아파트
커뮤니티 이층 사랑방
그 이름 맘스카페라
문 앞에서 서성거린다
내가 아빠라 그런지
늘상 맘이 씁쓸하다
오늘도 젊은 엄마들
나를 보며 싱긋빙긋
내일은 가발이나 쓸까나?
맘스에 맘이 쓰인다
-맘스카페, 맘 작품평
김춘기 시인은 요즘 부쩍 많아진 “맘스카페”를 통해 여성 중심의 육아 전통과 현재도 그러한 분위기를 돌아보게 한다. 오래 전부터 육아는 엄마인 여성의 몫으로 치부했으므로 아빠인 남성들은 소외되기 일쑤였다.
요즘은 남성의 육아휴직도 늘고 있다지만, “맘”이라는 이름을 내건 자리에 아직은 아빠들이 끼기 어려운 현실이 있다. 학교의 자녀 상담이든 발표회든 아빠들이 엄마들과 똑같이 참여하기엔 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현실도 양성평등이라는 점에서 보면 풀어야 할 당면 과제임을 작품에서 넌지시 보여준다.
여성들만의 고유 공간이 된 “맘스카페”라는 또 다른 “문 앞에서 서성거린” 남성의 소외감을 대변하는 현실. 그 문제를 시인이 “내일은 가발이나 쓸까나?”라고 웃음으로 버무리는 아이러니가 작품에 생기를 얹는다. “맘스에 맘이 쓰인다”는 동음이어를 활용해서도 문제를 재치있게 보여준다.
(정수자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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