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질수록 낮아지다/김춘기
북한산이 황사 바다 유영하는 봄날
백운대 오르는 길 화계사 돌아 쉼터에서 야호 하며 메아리를 만드네 울창한 굴참나무, 소나무들이 중턱에 집성촌 이루고 숨 차오르는 비탈길 곁 산초나무, 생강나무, 쥐똥나무가 고사리손으로 우리를 반기며 쉬어 가라 하네 키 낮춘 바람 손수건 들고 다가와 이마의 땀 씻어주네 봉우리에 가까워질수록 안개 짊어진 하늘이 산 위에 낮은 지붕 만들고 있네
삼양동 정류장에서 내려 스카이아파트 지나 우정연립 골목길 계단 쉬엄쉬엄 올라 허리 펴면 달동네 금자가 창문 빼꼼 열고 물끄러미 내다보네 양철지붕 블록집들이 삐뚤빼뚤 구름 붙들고 있네 길 건너 평상엔 할머니들이 10원짜리 민화투 치고, 그 곁 손자 손녀들 웃음소리가 가위-바위-보 술래잡기하며 너덜겅 오르내리네 키 작은 것들이 여기 죄다 모여 사네
저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산동네 이웃 저들은
'나의 글밭 > 時調'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벌레/김춘기 (0) | 2021.07.24 |
---|---|
바람나라2/김춘기 (0) | 2021.07.08 |
청딱다구리 포란반/김춘기 (0) | 2021.07.03 |
맘스카페, 맘/김춘기 (0) | 2021.07.03 |
코뿔소/김춘기 (0) | 2021.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