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딱다구리 포란반/김춘기
사계절 따닥-딱-딱 목탁 치며 기도하는
노고산 은골고개 목청도 푸른
청딱따구리 부부
부리가 으깨지도록 자작나무를 판다
새봄이면 알 낳아 교대로 품는 어미 아비
둥지에 털 뽑아낸 여린 속살 포란반*
앙가슴 붉은 살갗의
맥박이 가쁘게 뛴다
오늘도 이른 아침 출근하는 큰아들 부부
두 손주 어린이집에 보내고 데려오고
포란반 마음에 새긴
청딱따구리 한 쌍이다
*포란반(抱卵斑): 새들이 알을 품을 때, 체열을 직접 알에 전하기 위해 배의 털을 뽑아내어 맨살이 드러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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