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밭/時調

청딱다구리 포란반/김춘기

by 광적 2021. 7. 3.

청딱다구리 포란반/김춘기

 

 

 

사계절 따닥--딱 목탁 치며 기도하는

노고산 은골고개 목청도 푸른

청딱따구리 부부

부리가 으깨지도록 자작나무를 판다

 

새봄이면 알 낳아 교대로 품는 어미 아비

둥지에 털 뽑아낸 여린 속살 포란반*

앙가슴 붉은 살갗의

맥박이 가쁘게 뛴다

 

오늘도 이른 아침 출근하는 큰아들 부부

두 손주 어린이집에 보내고 데려오고

포란반 마음에 새긴 

청딱따구리 한 쌍이다

 

 

*포란반(抱卵斑): 새들이 알을 품을 때, 체열을 직접 알에 전하기 위해 배의 털을 뽑아내어 맨살이 드러난 자리

 

'나의 글밭 > 時調'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나라2/김춘기  (0) 2021.07.08
높아질수록 낮아지다/김춘기  (0) 2021.07.04
맘스카페, 맘/김춘기  (0) 2021.07.03
코뿔소/김춘기  (0) 2021.04.23
그믐달/ 김춘기  (0) 2021.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