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이영식
대로변
깍두기머리로 깎아놓은 쥐똥나무 뒤
누군가 실례해 놓은 물똥 한 판
똥파리들이 해치우는데 꼬박 닷새가 걸렸다
처음엔 무료급식이라 쭈뼛거리더니
날이 갈수록 동네잔치로 판을 키웠다
늦은 귀가길, 누군가
젖 먹던 힘까지 조여 넣었을 괄약근
기어이 뚫고 나온 그 간절함에 화답하듯
성찬을 즐긴 식객들의 등피가 사뭇 번들거린다
쓰레기 치우던 환경미화원이 빙긋 웃는다
몸 바꿔 입은 푸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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