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강구항/이영옥
강구항에는 그날 따라 해가 뜨지 않았다
골목 안에 숨어 있던 겨울 바람만이
받침 떨어진 여인숙 간판을 할퀴며 지나갔고
그때마다 낡은 간판 불은 정신을 놓아버렸다
강구항의 불빛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그것은 내가 먼 곳에서만 보았기 때문이다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는 항구에는
장기 숙박하고 있는 눅눅한 바람만이
여인숙 창문을 들락거렸고
털실 뭉치같은 안개에서도 비린내가 났다
커다란 전구를 매단 통발선 한 척이
색색의 깃발을 꽂고 항구로 들어왔다
잠을 못 잔 선주의 눈알만 붉어져 있었고
해는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내 삶을 건져보기 위해
먼 바다에 나가 통발 한번 힘껏 던져두지 못했다
이곳에 와서도, 강해지거나 무디어지지 않고
몸을 녹이려고 낯선 방에 들어섰다
형광등 불빛이 빤히 내 감정을 들여다본다
접혀 있던 군용 담요를 펼치자
젊음을 탕진해버린 노름꾼 같은 야윈 화투짝들이
아직 냉기 돌고 있는 내 삶의 웃목으로 후두둑 떨어진다
밖으로 나가자 어둠이 물러선 자리에 늙은 선주가 서있고
주름이 깊게 패인 그가 빈배로 돌아왔다며
묻지도 않은 말에 스스로 대답했다
나는 침묵에 길들여진 넙치처럼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고
멀찌감치 쭈그리고 앉아 아침해를 기다렸다
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