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점리 시편/조금숙
-수해, 그 후-
멀구나, 끊어진 길 돌아가는 여름 멀구나
미친 비질처럼 태풍이 휩쓸고 간
종택(宗宅)의 늙은 살구나무 소리 없는 저 뒤척임.
외마디 저항도 없이 들과 내가 뒤바뀌고
달포째 나뒹구는 마을회관 녹슨 확성기
산혈(山穴)을 앗아간 자국 뒤적이다 잠이 들었다.
고통의 깊이만큼 자라다 만 조이삭들
뻘밭 가득 목 내밀고 작별을 준비할 때
무너진 철교 너머로 흙비, 또 흩뿌린다.
세평 남짓 컨테이너에 귀뚜라미와 함께 누워
찢겨진 살점 붙들고 뼛속마저 비우는 시간
간간이 들리는 말소리 가랑잎처럼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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