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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時調

우주선/김춘기

by 광적 2022. 5. 29.

우주선/김춘기

 

 

   나는 지구호 선장

   프로 우주인이다.

 

   점멸하는 태양계 등대 황도12궁 따라 길 나선다. 꽃핀 봄날 강가에서 종아리 걷고 몸 날랜 토종 물고기랑 종일 물수제비뜨고, 양자리 지나 황소자리에서 되새김의 여유를 본다. 교목 울창한 여름 산맥에서 쌍둥이 게 사자자리 지나며 삼복을 말끔이 식힌다. 산머루 다래 익어가는 골짜기마다 붓질하는 가을 언덕에서 처녀 천칭 전갈자리에 연신 눈길을 보내며 하늘을 난다. 한겨울 활시위 당기는 궁수 뿔쌈하는 염소 호리호리한 물병자리는 암흑 속 별빛만 깜빡이는 머나먼 하늘길 이정표들.

 

   사계절 우주여행이다.

   호기심 로켓 되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