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연장/마경덕
인부들이 떼로 모여 드릴을 돌린다
밤낮이 없는 한철 공사
울음 끝이 뾰족하다
허공에 구멍이 나는 시간,
소리에 감전된 감나무가 툭툭 풋감을 떨어뜨린다
평생 울지 않는 암컷들은 어디에 있나
그악스레 울음을 돌려야 무덤덤한 암컷의 심장이 뛰리라
거침없이 달려와 사람의 가슴까지 뚫어버리는
저 1급 연장
지하에서 수년 갈고 닦은 매미기술자들, 몸이 연장이다
그늘 밑 낮잠까지 단숨에 통과해 어디론가 달려간다
공사 기일이 다급하다고 찬바람이 불기 전 마쳐야한다고
울음은 더욱 사나워진다
허공마저 출렁거리는 저 동력은 어디서 끌어오는 걸까
잠깐 퓨즈가 나간 사이 재빨리
구멍 난 자리를 복원하는 허공
점점 달아오른 공사에 감나무는 퍼렇게 질려 가는데
날을 갈아 끼운 수컷들, 또 드릴을 돌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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