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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나무의 건축법/오새미

by 광적 2023. 10. 26.

나무의 건축법/오새미

 

 

 

햇살이 길게 팔을 늘이고

바람이 살랑살랑 찾아오는 언저리에

튼튼하게 터 잡은 나무

 

깊숙이 뿌리를 내리는 공사

땅을 깊게 파

잔잔한 자갈과 모래를 섞어

철재처럼 굳건한 기둥을 세운다

 

바위가 가로막기도 하지만

틈을 지나가며 감싸는

유연한 공법으로 해결한다

 

굵은 줄기로 층층이 쌓아가며

넓고 푸른 잎사귀로 인테리어를 한다

전기공사는 벌과 나비의 일

꽃들이 눈부신 조명을 켠다

바람의 노래를 부르는 우듬지 테라스

날아가는 음표들이 햇빛에 찰랑댄다

 

더욱 깊어지는 초록 그늘

나무의 건축이 완성되는 날

하늘은 드넓은 정원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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