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서안나
그녀는 알부자다
그녀의 묵직한 아랫배에는
수십 개의 축축한 집과
상상력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거대한 유목의 들판이 펼쳐있다.
그녀에게 이제 집 따위는 문제가 아니다
마음을 부리면 침실이 되고 일터가 되는
그녀만의 물신주의를 터득했기 때문이다
집이 허름해지면
그녀는 엉덩이에서
유목의 집 한 채를 뽑아낸다
허공에 상처 내지 않고
풀과 나무의 울음소리도
고요하게 통과시키는 우주
그녀는 이 제국의 알부자다
영토와 집과 풍경들을 다시 삼키고
기어간다
거대한 우주를 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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