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교
‘동물학교 동물들이 모여 학교를 만들었다. 그들은 달리기, 오르기, 날기, 수영 등으로 짜인 교과목을 채택했다. 동물학교는 행정을 쉽게 하려고 모든 동물이 똑같은 과목을 수강하도록 했다. 오리는 선생보다 수영을 잘했다. 날기도 그런대로 해냈다. 하지만 달리기 성적은 낙제였다. 오리는 학교가 끝난 뒤에 달리기 과외를 받아야 했다. 달리기 연습에 열중하다 보니 그의 물갈퀴는 닮아서 약해졌고, 수영 점수도 평균으로 떨어졌다. 토끼는 달리기를 가장 잘했지만, 수영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렸다. 다람쥐는 오르기에서 탁월한 성적을 냈지만 날기가 문제였다. 날기반 선생이 땅에서 위로 날아오르도록 하는 바람에 다람쥐는 좌절감에 빠졌다. 날기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솜씨를 보였지만 다른 수업은 아예 참석도 하지 않은 독수리는 문제 학생으로 전락했다. 결국, 수영을 잘하고, 달리기와 오르기, 날기는 약간 할 줄 알았던 뱀장어가 가장 높은 평균점수를 받아 학기 말에 졸업생 대표가 되었다.’
교육학자 리브스(R. H. Reeves) 박사가 지은 [동물학교]라는 우화다. 나는 이 우화를 처음 읽었을 때 리브스가 우리나라 학교를 빗댄 줄 알았다. 우리나라 학교는 모든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야 우수한 학생이라고 본다. 그러니까 뱀장어 같은 학생이 수석을 한다는 말이다. 에디슨 같은 학생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인슈타인 같은 학생은 낙제할 가능성이 크다. 피카소 같은 학생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 같다.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개성을 타고났다. 타고난 '꼴'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은 올바른 교육일 수 없다. 이상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교육은 일단 아이들 개개인의 개성을 알아보는 눈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서 그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 서로 다른 아이들은 비슷한 틀에 집어넣어 비슷하게 구워내서는 안 된다..
이세정(중앙일보 정책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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