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너머/김시림
한밤중 시어머니의 얼굴을
아프게 바라보는 병실
옆 침상, 속삭이는 소리가
숨소리까지 데리고 커튼을 넘어왔다
남자가 손수레를 끌 듯 이끌어 나가면
그 뒤를 밀 듯 간간이 뒤따르는 여자의 목소리
이제 막 발아한 사랑처럼
다정하고 조심스럽고 애틋한…
간이침대에서 선잠 자고 난 아침,
반년째 누워있는 아내를
지극정성 간호하는 남자를 보았다
직장까지 그만두고
바깥을 통째로 말아 병실에 구겨 넣은 채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이별의 경계선에서 겨우 돌아왔다는 60대 초반의 부부
소변주머니 비우는 일도 기쁨이라는 남편은
아내의 궤도를 따라 도는 하나의 위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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