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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커튼 너머/김시림

by 광적 2024. 3. 28.

커튼 너머/김시림

 

 

한밤중 시어머니의 얼굴을

아프게 바라보는 병실

 

옆 침상, 속삭이는 소리가

숨소리까지 데리고 커튼을 넘어왔다

 

남자가 손수레를 끌 듯 이끌어 나가면

그 뒤를 밀 듯 간간이 뒤따르는 여자의 목소리

 

이제 막 발아한 사랑처럼

다정하고 조심스럽고 애틋한…

 

간이침대에서 선잠 자고 난 아침,

반년째 누워있는 아내를

지극정성 간호하는 남자를 보았다

 

직장까지 그만두고

바깥을 통째로 말아 병실에 구겨 넣은 채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이별의 경계선에서 겨우 돌아왔다는 60대 초반의 부부

 

소변주머니 비우는 일도 기쁨이라는 남편은

아내의 궤도를 따라 도는 하나의 위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