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버린 페트병은 ‘쓰레기 식민지’로 간다[북리뷰]
■ 웨이스트 랜드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 지음│김문주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실제로는 극히 일부만 재활용
쓰레기산업 충격적 실상 고발
인도 가지푸르·가나 아크라…
대부분 폐기물 이곳에 버려져
‘제로 웨이스트’실천은 이상향
결국 해법은 ‘물건 덜 사는 것’
우리가 시원하게 음료를 들이켜고 버린 빈 페트병의 미래를 상상해보자. 페트병을 잘 씻고 라벨을 떼어낸 뒤 플라스틱 분리수거함을 찾아 넣어두면 수거 차량이 이를 가져간다. 아마 여기까지는 모두가 쉽게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후의 과정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대다수는 페트병이 분쇄돼 재활용 소재로 활용될 것이라고 어렴풋이 예측할 것이다. 다만 세계화된 폐기물 처리 산업의 실상은 우리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한다.
전 세계에서 버려진 페트병은 컨테이너선에 실려 동남아시아나 동유럽에 있는 재활용 시설로 떠나고 그곳에서 운이 좋다면 변기 커버나 명품 운동화에 재활용된다. 운이 좋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는 말레이시아나 튀르키예의 불법 투기장으로 향한다. 이러한 충격적인 처리 과정은 비단 플라스틱만이 아니다. 음식물 쓰레기부터 산업 폐기물, 핵폐기물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쓰레기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과정을 거쳐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책 ‘웨이스트 랜드’를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쓰레기 폐기 과정을 추적한 영국의 저널리스트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가 그 현장에서 내뱉은 첫 마디는 “세상에”였다.
이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0억1000만t의 고형 폐기물이 버려지고 있고 세계에서 쓰레기를 가장 많이 버리는 나라인 미국에서는 매일 인당 2㎏의 쓰레기가 나온다. 늘어가는 쓰레기와 커지는 산업은 ‘유독성 식민주의’라는 표현까지 만들어냈다. 환경운동가들은 서구 국가들이 자국 내 쓰레기를 노동력이 싸고 환경 기준이 낮은 빈곤국으로 실어 보내는 행태를 꼬집었고 이를 새로운 형태의 착취 혹은 지배로 바라봤다.
저자가 여정을 시작한 곳이 바로 이 ‘유독성 식민주의’의 현장인 가지푸르의 쓰레기 매립장이다. 인도 북부에 위치한 이곳은 돌이 아닌 쓰레기 1400만t으로 이루어진 산이 있다. 총 8만4700평 넓이의 대지에 65m 높이로, 쓰레기로 만들어진 인공적인 풍경을 올리버는 마치 자연처럼 묘사한다. 쓰레기산을 구름같이 감싼 수천 마리의 시베리아솔개와 이집트독수리, 그리고 쓰레기 묶음 사이를 배회하면서 풀에 굶주려 흙을 뒤적이는 소 한 무리까지 모두 쓰레기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고는 믿을 수 없는 환경이다. 그리고 이곳엔 저자가 “거대한 자본주의 파르페”라고 표현한 쓰레기 더미도 있다. 미처 재활용되지 못한 헌 옷가지와 음료수 캔, 도자기 조각, 의자, 면도기, 어린이 장난감 등이 버무려진 하나의 덩어리도 모두 인간의 작품이다.
물론 저자가 재활용 그 자체가 무용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재활용은 대체로 훌륭한 일이다. 알루미늄 캔을 재활용하면 순금속으로부터 만드는 것보다 약 92%의 에너지를 덜 쓰고 90%의 탄소를 절감할 수 있다. 유리를 재활용할 때 필요한 에너지양은 생산할 때보다 30% 적으며 종이의 경우 40%, 구리의 경우 85%나 적게 든다. 다만 여기서 언급되지 않은 그 소재, 바로 ‘플라스틱’이 문제다. 책에 따르면 플라스틱의 가장 큰 맹점은 분해되지 않는다는 특성이다. 플라스틱은 자외선이나 자연력 또는 중력에 의해 분해될 때 분해된다기보다는 분리된다. 사슬처럼 생긴 구조가 더 작은 조각으로 끊어져 남다 보니 거대 플라스틱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미세 플라스틱은 나노 플라스틱으로 변하게 된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은 재활용하면서 품질이 저하된다. 페트병을 포함해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몇 안 되는 횟수로만 재활용할 수 있고 딱 한 번만 재활용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가지푸르를 시작으로 저자는 런던의 쓰레기 소각장을 거쳐 전 세계 중고 의류가 모이는 가나의 아크라까지 현장을 충실하게 보여준다. 기후위기를 대비하자거나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자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지만 생생한 쓰레기 산업의 현장은 그보다 충격적으로 우리에게 경고를 보낸다. 저자는 알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는 결코 100%를 달성할 수 없는 이상향에 가깝다. 우리가 환경을 위해 희생하는 편리함에는 한계가 있고 환경친화적인 물건을 사기 위해 지불할 수 있는 비용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노력에도 기업이 변하지 않으면 산업 폐기물 등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해?”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질문이다. 저자가 책을 쓰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기도 하다. 다양한 산업현장을 마주한 끝에 저자가 내린 결론은 간단하지만 본질적이다. 바로 “물건을 덜 사라는 것”. 매립부터 재활용까지 인류가 늘어가는 쓰레기에 찾아낸 해법들은 사실 그다지 효과가 없다. 20년 된 쓰레기 매립장에서 채취한 종이와 음식물 쓰레기조차 제대로 분해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물건을 덜 사는 것, 쓰레기는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이 모든 이야기의 종착점이다. 다시 한 번 처음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책을 읽고 나면 페트병을 분리수거함에 버리는 순간 또렷하게 떠오른다. 런던의 쓰레기 소각장과 가나의 아크라, 그리고 가지푸르의 쓰레기산이. 480쪽, 2만4000원.
전 세계에서 버려진 페트병은 컨테이너선에 실려 동남아시아나 동유럽에 있는 재활용 시설로 떠나고 그곳에서 운이 좋다면 변기 커버나 명품 운동화에 재활용된다. 운이 좋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는 말레이시아나 튀르키예의 불법 투기장으로 향한다. 이러한 충격적인 처리 과정은 비단 플라스틱만이 아니다. 음식물 쓰레기부터 산업 폐기물, 핵폐기물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쓰레기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과정을 거쳐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책 ‘웨이스트 랜드’를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쓰레기 폐기 과정을 추적한 영국의 저널리스트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가 그 현장에서 내뱉은 첫 마디는 “세상에”였다.
이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0억1000만t의 고형 폐기물이 버려지고 있고 세계에서 쓰레기를 가장 많이 버리는 나라인 미국에서는 매일 인당 2㎏의 쓰레기가 나온다. 늘어가는 쓰레기와 커지는 산업은 ‘유독성 식민주의’라는 표현까지 만들어냈다. 환경운동가들은 서구 국가들이 자국 내 쓰레기를 노동력이 싸고 환경 기준이 낮은 빈곤국으로 실어 보내는 행태를 꼬집었고 이를 새로운 형태의 착취 혹은 지배로 바라봤다.
저자가 여정을 시작한 곳이 바로 이 ‘유독성 식민주의’의 현장인 가지푸르의 쓰레기 매립장이다. 인도 북부에 위치한 이곳은 돌이 아닌 쓰레기 1400만t으로 이루어진 산이 있다. 총 8만4700평 넓이의 대지에 65m 높이로, 쓰레기로 만들어진 인공적인 풍경을 올리버는 마치 자연처럼 묘사한다. 쓰레기산을 구름같이 감싼 수천 마리의 시베리아솔개와 이집트독수리, 그리고 쓰레기 묶음 사이를 배회하면서 풀에 굶주려 흙을 뒤적이는 소 한 무리까지 모두 쓰레기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고는 믿을 수 없는 환경이다. 그리고 이곳엔 저자가 “거대한 자본주의 파르페”라고 표현한 쓰레기 더미도 있다. 미처 재활용되지 못한 헌 옷가지와 음료수 캔, 도자기 조각, 의자, 면도기, 어린이 장난감 등이 버무려진 하나의 덩어리도 모두 인간의 작품이다.
물론 저자가 재활용 그 자체가 무용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재활용은 대체로 훌륭한 일이다. 알루미늄 캔을 재활용하면 순금속으로부터 만드는 것보다 약 92%의 에너지를 덜 쓰고 90%의 탄소를 절감할 수 있다. 유리를 재활용할 때 필요한 에너지양은 생산할 때보다 30% 적으며 종이의 경우 40%, 구리의 경우 85%나 적게 든다. 다만 여기서 언급되지 않은 그 소재, 바로 ‘플라스틱’이 문제다. 책에 따르면 플라스틱의 가장 큰 맹점은 분해되지 않는다는 특성이다. 플라스틱은 자외선이나 자연력 또는 중력에 의해 분해될 때 분해된다기보다는 분리된다. 사슬처럼 생긴 구조가 더 작은 조각으로 끊어져 남다 보니 거대 플라스틱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미세 플라스틱은 나노 플라스틱으로 변하게 된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은 재활용하면서 품질이 저하된다. 페트병을 포함해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몇 안 되는 횟수로만 재활용할 수 있고 딱 한 번만 재활용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가지푸르를 시작으로 저자는 런던의 쓰레기 소각장을 거쳐 전 세계 중고 의류가 모이는 가나의 아크라까지 현장을 충실하게 보여준다. 기후위기를 대비하자거나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자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지만 생생한 쓰레기 산업의 현장은 그보다 충격적으로 우리에게 경고를 보낸다. 저자는 알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는 결코 100%를 달성할 수 없는 이상향에 가깝다. 우리가 환경을 위해 희생하는 편리함에는 한계가 있고 환경친화적인 물건을 사기 위해 지불할 수 있는 비용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노력에도 기업이 변하지 않으면 산업 폐기물 등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해?”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질문이다. 저자가 책을 쓰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기도 하다. 다양한 산업현장을 마주한 끝에 저자가 내린 결론은 간단하지만 본질적이다. 바로 “물건을 덜 사라는 것”. 매립부터 재활용까지 인류가 늘어가는 쓰레기에 찾아낸 해법들은 사실 그다지 효과가 없다. 20년 된 쓰레기 매립장에서 채취한 종이와 음식물 쓰레기조차 제대로 분해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물건을 덜 사는 것, 쓰레기는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이 모든 이야기의 종착점이다. 다시 한 번 처음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책을 읽고 나면 페트병을 분리수거함에 버리는 순간 또렷하게 떠오른다. 런던의 쓰레기 소각장과 가나의 아크라, 그리고 가지푸르의 쓰레기산이. 480쪽, 2만4000원.
출처: 문화일보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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