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정벌레/강세환
지하철 7호선 바닥에 딱정벌레 한 마리가 열심히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딱정벌레를 바라보기가 뭣해 이렇게 저렇게 고개를 돌리거나 실은 조는 척도 했습니다 다행히 지하철은 붐비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역에서 갈아타는 승객들이 조그만 딱정벌레를 밟을까 염려했습니다 다행히 건대 입구 종착역까지 딱정벌레는 무사했습니다 종착역에서 뿔뿔이 흩어지던 승객들 틈에 끼어 뒤돌아볼 틈도 없이 나는 자리를 떴습니다 집에 돌아와 눈을 감고 누웠어도 고 쪼그만 딱정벌레 한 마리가 눈에 밟혀 마음이 쓰이고 쓰였습니다 고놈을 왜 남몰래 주워 들고 내리지 못했는지 두고두고 원망했습니다 딱정벌레가 자꾸만 뒤돌아보는 것 같아 미치겠습니다 내가 시인입니까 죄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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