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비/손택수
눈이 많이 내린 한겨울이면 새들에게 모이를 줘서 아들 내외에게 자주 잔소리를 듣던 함평쌀집 할머니
세상 버리던 날 새들은 오지 않았다 밥 달라고, 밥 달 라고, 아침 일찍부터 찾아와 양철문을 바지런히 쪼아대던 새들
등쌀에 이놈의 장사도 집어치워야겠다, 그 아드님 허구헌 날 술만 푸고 있더니
쌀집 앞 평상마루에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들려준다 장지의 소나무 위에서 울던 새울음 소리가 어째 영 낯설지만은 않더라고
울 어매가 주는 마지막 모이를 받으러 왔나 싶어 고수레 고수레 한상 걸게 차려주었더니, 구성진 곡비 소리 해종일 끊이질 않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