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사유상/최찬상
면벽한 자세만
철로 남기고
그는 어디 가고 없다
어떤 것은 자세만으로도
생각이므로
그는 그 안에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겠다
한 자세로
녹이 슬었으므로
천 갈래 만 갈래로 흘러내린 생각이
이제, 어디 가닿는 데가 없어도
반짝이겠다
201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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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와 중지를 모아 오른쪽 뺨에 갖다 대고 지그시 눈을 감고 사유에 잠긴 반가사유상을 봅니다. 오뚝한 콧날과 앙다문 입술 오른쪽 발목에 왼손을 얹고서 깊은 생각에 빠져있습니다. 그는 무엇을 생각할까요? 시인은 ‘자세만으로도 생각이므로 그는 그 안에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라고 합니다. 6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그가 세월의 풍파에 의해 녹이 슬었습니다. 겉모습은 녹슬어도 그의 생각은 지금에 와서 반짝입니다. 그를 만든 사람이 있었겠지요. 부처도 사람이었으니 고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그를 만들었습니다. 반가사유상은 아름답다는 말로도 부족합니다. 숭고미가 보이지요. 시는 전혀 숭고하다거나 아름답다는 말도 하지 않고서 하고 싶은 말 다 합니다. 문화일보에 당선된 시들은 따뜻해서 좋습니다. 번잡하게 어렵지도 않지만 너무나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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