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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냉장고/이재무

by 광적 2025. 1. 11.

냉장고/이재무

 

 

 

한밤중 늙고 지친 여자가 울고 있다

그녀의 울음은 베란다를 넘지 못한다

나는 그녀처럼 헤픈 여자를 본 적이 없다

누구라도 원하기만 하면 그녀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그녀 몸속엔

그렇고 그런 싸구려 내용물들이

진설되어 있다 그녀의 몸엔 아주 익숙한

내음이 배어 있다 그녀가 하루 24시간

노동을 쉰 적은 없다 사시사철

그렁그렁 가래를 끓는 여자

언젠가 그녀가 울음을 그칠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그녀들처럼 흔한 것도 없으니

한밤중 늙고 지친 여자가 울고 있다

아무도 그 울음에 주목하지 않는다

살진 소파에 앉아 자정 너머의 TV

노려보던 한 사내가 일어나

붉게 충혈된 눈을 비비며 그녀에게로 간다

그녀 몸속에 두꺼운 손을 집어넣는다

함부로 이곳저곳 더듬고 주물러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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