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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시조 난상토론(시조에 공쟁이 걸다)-토론자로 참석하다 제주 시조 난상토론(시조에 공쟁이 걸다)-토론자로 참석하다     제주시조시인협회에서 처음 시도한 "시조에 공쟁이 걸다"라는 제목의 난상토론을 펼쳤다.    조한일 시인의 발제한 주제 "시조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소주제로 첫째 유기농 작품을 쓸 것인가? VS 인스턴트 작품을 쓸 것인가?, 둘째 시대를 풍자할 것인가? VS 순간을 풍자할 것인가?, 셋째 감동과 공감은 시작(詩作)의 목표인가? VS 동기인가?-의 이름을 달고, 강애심 시인의 진행으로 김춘기 시인과 김미영 시인의 질문과 답변, 그리고 참석 시인들도 함께한 형식으로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다. 나날이 비상하는 제주시조의 모습을 보여준 좋은 시간이었다. 2025. 3. 16.
흰 바람벽이 있어/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이 흰 바람벽에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이 흰 바람벽에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그의 지아비와 마주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느 사이엔가이 흰 바람벽.. 2025. 3. 13.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백석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바로 날도 저물어서,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딜옹배기에 북덕불(화톳불)이라도 담겨 오면,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또 문 밖에 나가지도 않고 자리에 누워서,머리에 손깍지 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새김질하는 것이었다.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 2025. 3. 13.
시인이란 시인이란     친구와 한 순배 하는 날이다. 송재구 회장은 시도반(詩道伴)과 다른 직업군이지만 시인 친구에 늘 견자(見者)다. 기꺼이 바라봐주고 시집이 나오면 박수를 주는 친구다. 김진우 교수는 노랫말을 만들면 곡을 붙여 가곡을 만든 친구다. ‘하얀 여름’ 가곡은 여름이 되면 KBS 정다운 가곡에서 심심찮게 방송 선을 탄다.      송 회장은 오늘따라 어려운 질문을 한다. ‘시인(사람)의 정의가 무엇이냐’ 묻는다. 사실 어떤 질문은 받으면 막연한, 경우가 있다. 우리가 흔하게 대하는 시는 그럭저럭 말하지만, 시인에 대한 정의는 그리 쉬운 대답이 아니다.      '시인이란’ 고대 그리스인들의 말을 빌리면 광기에 홀린 사람이라 말하기도 한다. 견자(見者, 눈여겨 살피는 자)라 하기도 했다. 더러는 영감.. 2025.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