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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회상 / 이호우 몹시 추운 밤이었다 나는 커피만 거듭하고 너는 말없이 자꾸 성냥개비를 꺾기만 했다 그것이 서로의 인생의 갈림길이었구나 2008. 3. 10.
자운서원에서 자운서원에서 / 신양란 -절대정숙 바람이 조심조심 햇살을 헤치며 간다 *아아라한 세월 두고 이어 내린 숨결에 행여나 흠이 질세라 발뒤꿈치 사뿐 들고 시간이 갈앉으면 물 속같이 고요한 것 풀잎 하나 설레어도 그대로 파문인다 이대로 머뭇대다간 풍경화 속에 갇힐라 *아아라한 : '아득하다'는 의미.. 2008. 3. 8.
촉지도(觸地圖)를 읽다/유종인 촉지도(觸地圖)를 읽다 / 유종인 휠체어 리프트가 선반처럼 올라간 뒤 역 계단 손잡이를 가만히 잡아본다 사마귀 그점자들이 철판 위에 돋아있다 사라진 시신경을 손 끝에 모은 사람들, 입동(立冬) 근처 허공 중엔 첫눈마저 들끓어서 사라진 하늘의 깊이를 맨얼굴로 읽고 있다 귀청이 찢어지듯 하행선 .. 2008. 3. 8.
흔들의자/강정숙 흔들의자 / 강정숙 절뚝이며 너무 오래 걸었나 보다 발바닥 마디마디 시퍼런 멍이 들고 접혔던 기억 하나가 도드라져 일어선다 맨 처음 떠나온 게 오지의 숲이었나 구절초 오만하게 꽃잎 터트리는 날 불 지른 한 생의 끝에 달랑 남은 뿌리 하나 상처를 긁어내던 벼린 손 벼린 칼끝 무늬를 맞추면서 빗.. 2008. 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