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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314

케일의 눈물/김춘기 케일의 눈물   눈물, 콧물 홍수 터졌다귤밭에서 제초제 날아오는데여치, 방아깨비 가족벌써 모두 돌담 넘었는데나는 발 없고 날개도 없는데              김춘기 2024. 5. 1.
마음은 꽃밭이라오/김춘기 마음은 꽃밭이라오       이팝나무도 근심 어린 국립암센터엔 이 방, 저 방 팔도 사투리가 들고 난다.    겨울 들머리 난소암 진단받은 어머니 입원하셨다. 영등포역 뒤 영일아파트 아줌마, 고흥 녹동시장 떡방앗간 주인, 제주 한림 월령포구 상군 해녀 할망, 울진 금강송면 평생 농부 필남이 엄마, 양구 파로호 언덕 위 우즈베키스탄 댁 며칠 동안 여자 6인용 병실 식구였다. 어제 오전엔 제주 상군 해녀가 며느리 손에 이끌려 퇴원했고, 정오 지나 녹동시장 떡집 주인 중환자실로 급히 실려 갔다. 그리고 홀아버지와 함께 온 독산동 눈 큰 아가씨 목석같은 표정으로 환자복 갈아입고, 신병처럼 침상에 이름표를 달고 앉았다   항암제 링거에 매달려 정발산성당 신임 수녀처럼 손 모으는 절절한 기원과 벽시계 초침 소리만 .. 2024. 4. 30.
가파도 뱃길/김춘기 가파도 뱃길/김춘기   가파도행 여객선 목포 털보 건달이 여장부 선장에게 바리톤을 건넨다 마누라 운전 잘하시네, 내 아내가 최고여 눈 휘둥그레진 여선장 수류탄 한 발 깐다 어찌 외간 남자가 누굴 보고 마누라래요님 배에 내가 올라왔으니 당신이 마누라 아녀? 마음 진정한 여걸 선착장에 배를 대며 일어서는 건달을 귓속말로 누른다천천히 내리시게나, 늠름한 우리 아드님 얼굴 홍당무 털보, 이 여편네가 돌았나? 여보시오, 당신이 누굴 보고 아들이래.한평생 뱃사공이나 주구장창 하시구려 여걸은 건달 급소를 단, 한 방에 찔렀다 내 배에서 당신이 방금 나온 게 맞죠?그러니 내 아들이지, 이 에미 종종 보러 오게나 2024. 4. 30.
서로가 첫 번째 독자, 부부 시집 눈길 서로가 첫 번째 독자, 부부 시집 눈길(2024.04.11)   김춘기 김영옥 부부시     제주로 이주한 교육자 출신 부부가 함께 펴낸 시집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춘기, 김영옥 부부가 최근 펴낸 시집 ‘윗세오름 까마귀’이다.   이번 시집은 두 부부가 삶과 문학 속에서 서로의 주파수를 맞춰가며 만들어낸 시가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남편 김춘기씨가 생동감 있는 이미지에서 발견된 미학을 찾으려는 묘사 위주의 시를 썼다면 아내 김영옥 시인은 삶에 관한 시를 창작했다.   이들은 일상을 벗어나 서로의 시에 대해 최초의 독자가 돼 줬다. 그러면서 유연하게 상대의 세계를 수용하면서 자신들만의 발전을 모색해왔다.   이러한 결과물은 이들의 시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나영 기자 2024.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