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1109 대숲 아래서/ 나태주 대숲 아래서/ 나태주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4 모두가 내것만은 아닌 가을, 해지는 서녘 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 2008. 3. 5. 風磬 / 김제현 風磬 / 김제현 뎅그렁 바람 따라풍경이 웁니다그것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일 뿐아무도 그 마음 속 깊은 적막을 알지 못합니다만등이 꺼진 산에 풍경이 웁니다비어서 오히려 넘치는 無上의 별빛아, 쇠도 혼자서 우는아픔이 있나 봅니다*짧은 감상외진 산사의 풍경 소리는 마음을 맑게 씻는다. 때로 '버려라, 죄다 버려 버려라'라는 말을 건네는 듯 하다. 바람 따라 풍경이 울 때 우리는 그 소리를 들을 뿐이다. 그 깊은 적막을 다 헤아리지는 못한다. 그래서 시의 화자는 만등마저 꺼진 산에 멀리 울리는 풍경 울음을 '비어서 오히려 넘치는 무상의 별빛'이라고 단언한다.아, 쇠도 혼자서 우는 아픔이 있나 봅니다뜻밖의 맺음이다. 그러나 혼자서 우는 아픔을 지닌 쇠의 이미지를 독자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시킴으로써 어떠한 .. 2008. 3. 5. 몸에게 /김제현 몸에게/김제현 안다안다다리가 저리도록 기다리게 한 일지쳐 쓰러진 네게 쓴 알약만 먹인 일 다 안다오로지 곧은 뼈 하나로견디어 왔음을 미안하다, 어두운 빗길에 한 짐 산을 지우고쑥국새 울음까지 지운 일 미안하다사랑에 빠져 사상에 빠져무릎을 꿇게 한 일 미안하다 힘들어하는 네 모습 더는 볼 수가 없구나너는 본시 자유의 몸이었나니 어디로든 가거라가다가 더 갈 데가 없거든 하늘로 가거라 우리 시단에서 몸에 관한 시편들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조 문단에서는 드문 편입니다. 는 실존적 삶의 천착을 통해 인생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리가 저리도록 기다리게 한 일, 지쳐 쓰러진 네게 쓴 알약만 먹인 일'에 대해 깊이 반성합니다. 또한 '오로지 곧은 뼈 하나로 견디어 온' 몸에게 미안하.. 2008. 3. 5. 갈대/신경림 갈대 / 신 경 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 2008. 3. 5. 이전 1 ··· 274 275 276 277 2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