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잡기 / 김춘기
밤안개 어슬렁거리는 빛의 샛강 헤쳐나가는 무표정한 *비트 물결 무릎 위로 차오른다
웃음이 휘발된 도시 파충류처럼 숨가쁘다.
야성이 눈뜨는 밤 바이러스처럼 복제되는 차디찬 저 동굴 속 몸 웅크렸던 파일무리
혜성의 긴 꼬리 타고 날아간다, 날아간다.
전파에 흔들리는 안테나 신호에 맞춰 일급 비밀 암호 풀어 천리안도 모두 열고
뙤약볕 사구를 향해 전갈무리 풀어놓는다.
드디어 공룡 앞에 벤처들이 진을 친다.
비수 같은 눈빛, 눈빛
다가드는 화살 커서… 정곡을 찌르는 클릭, **사이스모사우루스 무너진다.
(제5회 공무원문예대전 우수상 수상작)
*비트(bit): 수학이나 컴퓨터에서 쓰는 2진수의 한자리
**사이스모사우루스(Seismosaurus): 세계 최대, 최장의 공룡으로서 1986년 8월 미국의 뉴멕시코주에서 발견된 화석. 몸 길이 39∼52m로 너무나 크기 때문에 걸으면 쿵쿵하고 지진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되어 붙여진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