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꽃 관절 / 선안영
열 여덟 난 어린 발목 오리 길 재를 돌아
그땐 다 그랬다, 고 풀 먹인 고운 한복
하필은 동짓달 막 넘겨 새댁은 눈발에 잠겼다
여섯을 기르느라 가시 박힌 그림자며
무쇠 솥 달군 불씨 재가 덮인 부뚜막엔
강물을 등짐으로 지던 정성이 밤새 끓다
숲을 닮던 눈빛은 바뀐 해로 더 깊었네
싸리 울타리 참새 몇 어지럽게 햇살을 흩는
관절로, 한창인 개나리꽃에 삭아 내린 女子야
곡우 / 선안영
조용한 손님으로 초대장을 받는다
소등한 자정 봄비의 늦은 여운
인연을 나눠 마시듯 반잔씩 반 모금씩
옆동에 사는 C새순 / 선안영
1
우리 지나온 날 하나씩 새순 돋아
진부한 사념이라 돌덩이 굳어져도
아무나 가지지 못할 더듬이를 내밀다
2
들판에 작은 풀들 어깨를 걸고 앉아
먹장의 구름에도 눈빛은 단호하게
아무나 지키지 못할 새벽을 마주한다
3
우주에 갓 태어난 미약한 심장소리
열매여, 반짝반짝 말갛게 피가 고여
고목은 부스러지고 생성의 별이 된다
하루 / 선안영
뾰족한 첨탑에도 날아오는 새가 있다
언덕 위 비탈진 온기를 내뿜으며
그 성당 아무리 봐도 위태로운 순간이다
돌아 보라 네 찬 가슴 상처 난 무리로
쪼아먹던 딱딱한 햇살 어디로 흩어졌나
잠시만 등을 기대도 쉽게 잠들 것 같은 밤
풍경 / 선안영
나팔꽃 혈관 속으로 수혈하듯 비는 오고
말끔한 보랏빛을 얼어놓은 작은 얼굴
장독대 무거운 뚜껑을 안감힘으로 오른다
한밤의 개인 푸름을 내비치는 구름 안쪽
미루나무 손을 뻗어 언듯언듯 하늘을 쓸다
나팔꽃 둘글게 펼쳐친 그 보름달 뚜렷하다
그윽한 눈매에서 어설픈 억양에서
단번에 알아내는 그녀의 착한 마음
놀이터 벤치에 앉아 아이를 지켜본다
고향이 같다보면 사소한 일도 나눈다
시시콜콜 가방을 열고 연필로 쓴 기억
모래알 다 빠져나간 새콤한 사연까지
울타리 만개한 줄장미 다발들도
처음엔 한 송이씩 손을 뻗어 나간
이방의 계절을 견뎌 나이테를 넓힌다
캔 / 선안영
거꾸로 뒤집어도 바로 서 있는 물
오장은 다 감추고 매끄러운 표면에
절대로 벗겨내지 못하는 광고용 문신들
단숨에 들이키곤 비로소 흡족해 하는,
영글은 열매와 고깃덩이 쪽으로
야생의 발톱을 내밀며 도시가 출렁인다
젖지 않은 단맛을 깨끗이 씻어내고
길이와 넓이가 불평등한 세상에서
새해엔 목 많이 받아, 재활용 수거된다
오월 / 선안영
조그만 풍선 띄워 그대 한가운데
숨죽인 바람으로 살그머니 가까우리
무지개 입김을 넣어 무늬가 된 책 한 권
어슴푸레 길이 밝아 더듬거릴 이유 없지
은화 깔린 징검다리 낮은 개울도 지나
보내준 시집을 펴서 물어보듯 읽는다
붉은 소파 / 선안영
거실 맨 뒤쪽으로 달라붙은 소파에서
TV도 뒹글고 사과도 찍어먹고
엉덩이 교대로 눌러도 꼼짝 않는 거인아
적당한 붉은 색깔은 놀이하기 알맞지
개미가 기어가도 쉽사리 찾을 수가 없다
거인의 겨드랑이를 간지럽게도 해본다
이따금 끌어당겨 푹신한 네게 누워
알콩한 얘기책을 첫눈처럼 읽다 말다
강원도 기찻길 위로 말간 잠에 별이 든다
새순 / 선안영
1
우리 지나온 날 하나씩 새순 돋아
진부한 사념이라 돌덩이 굳어져도
아무나 가지지 못할 더듬이를 내밀다
2
들판에 작은 풀들 어깨를 걸고 앉아
먹장의 구름에도 눈빛은 단호하게
아무나 지키지 못할 새벽을 마주한다
3
우주에 갓 태어난 미약한 심장소리
열매여, 반짝반짝 말갛게 피가 고여
고목은 부스러지고 생성의 별이 된다
하루 / 선안영
뾰족한 첨탑에도 날아오는 새가 있다
언덕 위 비탈진 온기를 내뿜으며
그 성당 아무리 봐도 위태로운 순간이다
돌아 보라 네 찬 가슴 상처 난 무리로
쪼아먹던 딱딱한 햇살 어디로 흩어졌나
잠시만 등을 기대도 쉽게 잠들 것 같은 밤
풍경 / 선안영
나팔꽃 혈관 속으로 수혈하듯 비는 오고
말끔한 보랏빛을 얼어놓은 작은 얼굴
장독대 무거운 뚜껑을 안감힘으로 오른다
한밤의 개인 푸름을 내비치는 구름 안쪽
미루나무 손을 뻗어 언듯언듯 하늘을 쓸다
나팔꽃 둘글게 펼쳐친 그 보름달 뚜렷하다
'좋아하는 문학장르 > 좋아하는 時調'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대를 먹으며 (0) | 2008.03.08 |
---|---|
신양란 시인 대표작 (0) | 2008.03.08 |
나순옥 시인 대표작 (0) | 2008.03.08 |
정해송 시인 대표작 (0) | 2008.03.08 |
어떤 경영 1/서벌 (0) | 2008.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