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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時調

신양란 시인 대표작

by 광적 2008. 3. 8.
여우비 / 신양란

어디에다 감쪽같이
숨겨 뒀던 것일까

닷 말 가웃 구슬을
좌르르 쏟아 붓곤

태양은
밑천이 바닥나
머쓱하여
손 턴다

싸락눈, 탄식하다  / 신양란

좋기로야 흐벅진 함박눈만한 게 또 있는가.
천지형황 우주홍황 아아라히 채우고
사뿐히 가지에 내리면 부얼부얼한 꽃송이라.

소나기눈 더욱 좋지, 만석꾼집 곳간 터져
잠시잠깐 눈결에도 한 자 가웃 너끈하니
푼푼한 마음씀씀이 풍년 인심 부럽잖아.

하필 나는 싸락눈, 싸라기만도 못한 눈
조막손이 시주하듯 인색하게 내린다고
내리며 지청구 먹는 개 물어갈 팔자야.


싸락눈 내리는 밤풍경  / 신양란


싸락싸락 밤 깊도록 싸락눈이 내렸다.
슷보기 몇몇 놈은 길이 선 듯 쭈뼜대고
대개는 제 분수를 지켜 순하게 내려앉았다.

세상은 잠에 취해 숨소리도 미미한데
꺼칠한 풍경화 위에 덧칠은 계속되고
노오란 가로등 불빛이 체온도곤 따뜻했다.

고양이처럼 조용조용 새벽이 다가왔다.
먼 데 옷 벗는 여인조차 없는 밤을
순하게 분수를 지키며 싸락눈만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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