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의자 / 강정숙
절뚝이며 너무 오래 걸었나 보다
발바닥 마디마디 시퍼런 멍이 들고
접혔던 기억 하나가 도드라져 일어선다
맨 처음 떠나온 게 오지의 숲이었나
구절초 오만하게 꽃잎 터트리는 날
불 지른 한 생의 끝에 달랑 남은 뿌리 하나
상처를 긁어내던 벼린 손 벼린 칼끝
무늬를 맞추면서 빗금을 궁글리며
비로소 완성에 이른 환한 창가에 섰다
낮게 흔들리다 부드러워지는 시간
내 안의 하얀 그늘이 고요처럼 깊어지고
지상의 한 모서리가 이명 같이 멀다
<2002년 중앙 신인문학상 시조부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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