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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時調

먼 길

by 광적 2008. 3. 25.
                         먼 길 / 문수영

먼지를 닦아내고 허전함 걷어내고 그림을 걸기 위해 벽에다 못을 칩니다

아무나 가 닿지 못할 허공인 줄 모르고

버티는 벽 속엔 무엇이 숨어 있기에 번번이 내 마음 튕겨져 나오나요?

액자 속 망초꽃들은 우수수 지는데……

어쩌면 나 모르는 박쥐의 집이 있어 햇살에 눈이 부셔 창문을 닫은 걸까요

오늘도 몸 웅크리고 밤이 오길 기다리며

어둠 하나 보지 못한 그런 눈을 갖고서 날마다 겉모습만 꾸미고 살았으니

한 뼘도 안 되는 거리가 참 아득한 강입니다

비지땀 흘리면서 내일은 산에 올라 내 안에 흐린 안개 죄다 풀어내고 싶습니다

발 뻗고 누웠던 집이 상처위에 핀 꽃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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