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 윤금초
긴긴 세월 동안 섬은 늘 거기 있어 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을 본 사람은 모두
섬으로 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다시 섬을 떠나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
문이었다.
- 이청준 소설 '이어도'에서
지느러미 나풀거리는, 기력 풋풋한 아침 바당**
고기비늘 황금 알갱이 노역의 등짐 부려놓고
이어도,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이어 이어...
퉁방울눈 돌하루방 눈빛 저리 삼삼하고
꽃멀미 질퍽한 그곳, 가멸진 유채꽃 한나절.
바람 불면 바람소리 속에, 바당 울면 바당 울음 속에
응응응 신음 같은, 한숨 같은 노랫가락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아련히 바닷바람에 실려 오고 실려 가고.
다금바리 오분재기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상한 그물 손질하며
급한 물길 물질하며
산호초 꽃덤불 넘어,
캄캄한 침묵 수렁을 넘어.
자갈밭 그물코 새로 그 옛날 바닷바람 솨솨 지나가네.
천리 남쪽 바당 밖에 꿈처럼 생시처럼 허옇게 솟은
피안의 섬, 제주 어부 노래로 노래로 굴려온 세월 전설
의 섬, 가본 사람 아무도 없이 눈에 밟히는 수수께끼
섬, 고된 이승 접고 나면 저승 복락 누리는 섬, 한번
보면 이내 가서 오지 않는, 영영 다시 오지 않는 섬이어라.
이어도,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이어 이어...
밀물 들면 수면 아래 뉘엿이 가라앉고
썰물 때면 건듯 솟아 푸른 허우대 드러내는
방어빛 파도 헤치며 두둥실 뜨는 섬이어라.
마른 낙엽 몰고 가는 마파람 쌀쌀한 그해 겨울
모슬포 바위 벼랑 울타리 없는 서역 천축 머나 먼 길
뒤척이며 꿈결에 떠오른 이어도 이어도, 수평선 훌쩍
건너 우화등선 넘어가 버리고
섬 억새 굽은 산등성이 하얗게 물들였데.
* 이어도 사나 : 제주 민요의 한 구절. ** 바당 : 바다의 제주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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