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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時調

소나기/강현덕

by 광적 2008. 4. 2.
      소나기 / 강현덕

소나기를 맞는다 회화나무 밑에서
다 젖은 바짓단에 감기는 해미읍성
먼 새벽 익지도 않은 빗줄기에 쓸린다

머리채 휘감으며
나무에 날 던진다
밧줄로 꽁꽁 묶어
가지에 나를 건다
너 또한 *여숫머리지?
긴 칼 마구 긋는다

회화나무 밑에는 이제 비 그친다
수천의 잘린 머리 속에서 내 머리 찾는 나를
햇살이 낯선 얼굴로 물끄러미 보고 있다.

*여숫머리: 천주교 박해 때 ‘예수 마리아’라는 말을 잘 못 알아듣고(또는 이해 못하고) 비신자들이 천주교신자들을 일컬을 때 쓰던 말. 해미읍성에 있는 회화나무에 천주교신자들의 목을 매달아 처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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