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글씨처럼 / 정윤천
새들이 한바탕 저 허공의 칠판 위에다 콕콕 찍어 대기도 한다
어딘지 조금은 화들짝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배쫑배쫑"이며 "빼로롱 떼로롱" 따위의 글씨들
그저 짐작이라도 해보면
입 안 가득 온통 비빔밥 내음을 풍기는
불온한 행색이 하나 찾아 들었으니
문단속이며 몸단속에 만전을 기하라는 방송 문구 정도로
읽혀지기도 하지만
새들은 떠나면서도 행여 그들의 긴 주소를 남겨주지 않는다
새들의 글씨처럼
그렇다고 새들의 문자가 변덕스럽다거나 까탈스러워서 만은 아니지. 他人의 문장은 늘 까마득하여서 誤讀이 태반일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어디선가 "뻐어꾹"하거나 "딱따그르"쓰기도 할 때. 쓰면서 곧바로 전송하기도 할 때. 새들의 마을 앞으로는 어딘지 먼 곳을 향해 떠나가야 할 바람의 수레바퀴가 하나쯤 도착할 것도 같아지면, 뒤집어 보면 누구나의 인생이 또한 그러했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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