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염소의 저녁/안도현

by 광적 2008. 6. 18.

     염소의 저녁 / 안도현

 

할머니가 말뚝에 매어놓은 염소를 모시러 간다

햇빛이 염소 꼬랑지에 매달려

짧아지는 저녁,

제 뿔로 하루종일 들이받아서

하늘이 붉게 멍든 거라고

염소는 앞다리에 한번 더 힘을 준다

그러자 등 굽은 할머니 아랫배 쪽에 어둠의 주름이 깊어진다

할머니가 잡고 있는 따뜻한 줄이 식기 전에

뿔 없는 할머니를 모시고 어서 집으로 가야겠다고

염소는 생각한다

'좋아하는 문학장르 >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꾸라지/안도현  (0) 2008.06.18
염소 한 마리/안도현  (0) 2008.06.18
태백선/나태주  (0) 2008.06.16
저녁 강에서/이성선  (0) 2008.06.16
미시령 노을/이성선  (0) 2008.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