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 안도현
추어탕집 양동이에 미꾸라지들이 우글거린다
진흙뻘 속을 파고들 때처럼 대가리 끝에 꼿꼿이 힘을 주고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우글우글,
몸부림 쳐도
파고들어 가도
뚫지 못하는 게 몸인가
양동이에는 미끄러운 곡선들만 뒤엉켜
왁자하게 남는다
그 곡선들 위에
주인 여자가 굵은 소금을 한줌 뿌린다
그러자 하얀 배를 뒤집으며,
수염으로 제 낯짝을 치며,
잘도 빠져나가던 생애를 자책하는지
미꾸라지들은
곧바로 몸에서 곡선을 떼어낸다
그리고는 직선으로 뻣뻣하게 一字로 축 늘어져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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