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한 마리 / 안도현
식구들이
모두 달라붙어 키운 염소를
겨울에 잡았다
내장은 무 넣고 자박하게 볶아서 이웃 아저씨들 불러 아버지 술안주로 내고, 다리 살은 프라이팬에 고추장 양념으로 볶아 먹고 삶아 먹고, 뼈는 머리뼈 등뼈 갈비뼈 다리뼈 할 것 없이 몇 날을 기름이 뜨고 뼛골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도록 고아 후룩후룩 밥 말아 먹고
우리 식구는
아버지 젖을 빠는 어리 염소들 마냥
염소고기에 달라붙어 겨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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